CJ제일제당이 자체 브랜드 '비비고' 제품을 공급하는 미국 현지 매장이 내년에 3만여개로 늘어난다. 3000여개인 지금의 10배 규모다. 미 전역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유통망을 통해 비비고 상품이 곳곳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현지 생산 기지도 5곳에서 22곳으로 늘어난다. CJ제일제당이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쉬완스 컴퍼니를 2조원에 인수한 결과다.
이번 인수는 2011년 대한통운 인수(1조9800억원)를 뛰어넘는 CJ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M&A(기업 인수·합병)다. 세계 각국에 'K푸드' 전진 기지를 확보해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식(韓食)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전략 중 하나다. 세계 최대 한류(韓流) 컨벤션(KCON),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MAMA) 등 K팝을 통한 한류 문화 전파에 이어, 한국 음식 문화의 글로벌 확산에 그룹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해외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202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룹 경영 비전 '그레이트 CJ' 추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CJ 사상 최대 규모 M&A
CJ제일제당은 1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쉬완스 컴퍼니 주식 603만6385주(99.98%)를 2조881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 매각 대금 1조5000억원에 쉬완스 컴퍼니 자체 차입을 더해 조달했다"며 "내년 초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쉬완스 컴퍼니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 기업이다. 임직원이 1만2000여명으로, 미국에 생산 공장 17곳과 물류센터 10곳을 두고 있다. 피자와 파이 등 냉동식품 시장에서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과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매출 2조63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인수로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 지역을 본격 공략하는 추진력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만두와 면 중심의 가정 간편식(HMR)을 피자와 파이, 애피타이저 등으로 확대해 한식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2025년까지 '아시안 가정 간편식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식품·물류·엔터테인먼트 3축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
CJ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 사업 재편과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1조5000억원대로 곤두박질한 그룹 투자액은 지난해 3조2000억원으로 두 배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쉬완스 컴퍼니 외에도 지난 8월 CJ대한통운이 미국 전역에서 50여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DSC로지스틱스를 2억750만달러(약 2300억원)에, CJ제일제당이 냉동식품 전문기업 카히키를 잇따라 인수하며 미국에서만 3조원대에 달하는 M&A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식품·바이오(CJ제일제당)와 물류(CJ대한통운), 미디어·엔터테인먼트(CJ ENM)의 3개 사업 축을 세워 구조를 재편한 뒤, 핵심 역량을 보유한 해외 기업에 대한 과감한 M&A를 지속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CJ오쇼핑과 CJ E&M 두 계열사를 합병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한 국내 최초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인 CJ ENM을 출범시켰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2030년에는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CJ는 독일의 물류기업 슈넬레케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