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로 몰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방북 기업인 모집에 나섰습니다. 여당이 전경련에 손을 내민 건 문재인 정부 출범 18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전경련 입장에선 대통령 해외순방에서 배제되는 등 연이은 '전경련 패싱'으로 속앓이를 하던 중 여권과 관계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경련은 현 정부 들어 장관과 여당 의원을 각종 행사에 초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그동안 단체 성격상 재계를 옹호해온 데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주도했던 전력(前歷) 때문입니다.

관계 개선의 계기는 지난 7일 열린 전경련 남북경제교류특위 창립회의였습니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송영길 위원장이 전경련의 초청을 수락한 겁니다. 송 위원장은 이 행사에서 한반도 신경제 구상 청사진을 소개하는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전경련 관계자는 "송 위원장이 초청에 응할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고 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정몽규 남북경제교류특위 위원장(HDC 회장) 등과의 사전 티타임에서 공문을 한 장 건넸습니다. '민주당이 정치권·경제계 인사 등 150여 명의 방북단을 꾸려 12월 7~9일 평양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전경련이 기업인 모집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경련은 현재 회원사들을 상대로 방북 의사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남북 경제 교류에 큰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경련의 방북 기업 모집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들은 북한과 경협에 나설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를 당할 우려 때문에 꺼리고 있습니다. 반면 전경련 비회원사인 중소기업들은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전경련 관계자는 "방북 기업을 모집한다는 기사가 나간 후 '우리도 방북할 수 있느냐'는 중소기업인들의 문의 전화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전경련은 이번 방북을 통해 정부 여당의 싸늘한 시선에서 벗어나 보려는 마음이 절실합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모집을 두고, 참가를 꺼리는 기업을 독려해보려는 여당의 일회성 하도급인지 아니면 재계와 관계 개선을 위한 여당의 인식 변화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관심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