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시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혁신없이 굳어가는 반면 소프트웨어 의료 솔루션은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CSO)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8’ 사례 발표 세션에서 "의료 분야에서도 지멘스 같은 전통강자보다 IBM, 구글,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며 "AI를 주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고 말했다.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가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 사례 발표 세션에서 연설 중이다.

뷰노는 AI를 활용해 손의 뼈(수골·手骨)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어린이의 저성장증을 판독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지난 5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정식 의료기기로 실제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뷰노가 개발한 것과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 솔루션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47.4%씩 성장하며 20조원 규모로 커지고 있다. 김현준 CSO는 3~4년 안에 주요 시장으로서 자리잡을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환자는 물론 의료업계에서도 AI 솔루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곧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김 CSO는 전망했다.

김현준 CSO는 "뷰노의 솔루션도 허가를 받고 제품으로 세상에 나오는데 2년이 걸렸는데, 혁신은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 사업자나 개발자가 노력하는 중에 스스로가 파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산업의 이해관계자와 함께 논의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계에서 원하는 방향은 단순히 도와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마지막 점검만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것을 원한다"며 "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것을 예로 들었을 때 반드시 우사인 볼트급의 로봇을 만들 필요는 없고 한국의 1등, 세계의 10등 안에 드는 정도만 만들어도 그것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혁신이라고 할만한 기술들이 개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PC나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는 솔루션부터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러 규제에 의해 막혀있다. 김 CSO는 앞으로는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판독하는 솔루션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규제 철폐 노력은 아직이라는 지적이다. 김 CSO는 "7월에 의료기기 혁신이 언급됐지만 실제로 체감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기 시장은 점차 육중한 의료 장비 중심 시장에서 스마트한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주도하게 돼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규제 장벽이나 불안한 인식을 넘어서서 혁신이 발생하는 시기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