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삼성물산(028260)에 대한 추가 감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세다.

삼성물산은 15일 장 초반 한때 전날보다 5.78% 내린 9만94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2월 상장 이후 기록한 최저가(9만920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6월 제일모직과 합병했는데, 당시 제일모직이 존속회사로 남고 1952년 설립된 삼성물산은 소멸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지분을 43.4% 갖고 있다. 지분가치는 9조6000억원에 이른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가 덜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연결로 지배하는 모회사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다소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을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안이라 삼성물산 감리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려 결국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출하도록 삼성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 2015년 합병비율 적정성 논란으로 갈까…전문가들 "가능성 별로 없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이슈와 △2015년 6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이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 비율로 합병했다. 자산은 삼성물산(26조1556억원)이 제일모직(8조1833억원)보다 많았으나 제일모직 가치가 훨씬 높게 책정됐다.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였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가 고쳐지면 합병비율이 불공정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일단 합병 결정이 나온 시점은 2015년 6월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가치를 4조8806억원으로 반영한 시점은 2016년 4월(2015년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정농단 특검 당시 사법부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삼성물산 합병 이슈는 별개임을 확인했다"면서 "삼성물산 합병 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회계사도 "제일모직·삼성물산은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했는데, 사실 주가만 봐도 제일모직이 오너 일가 지분이 많다는 이유로 비쌌다"면서 "주주들의 동의 아래 합병한 것이기 때문에 합병비율 논란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되지 않는 한 삼성물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로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참여 경력이 있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경우이고, 삼바는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며 2015년 당시 반영했던 것 이상의 자회사 가치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성장 가능성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상장폐지될 수가 없다"고 했다.

◇ 그래도 회계처리 관련 뉴스 나올 때마다 변동성 커질 듯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회계처리 위반 논란과 추가 감리 뉴스가 주가에 변동성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준섭 연구원은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여부와 개선기간 부여, 매매거래 정지 등을 결정하는 일정이 이어지는데, 매번 삼성물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내용이 조명받으면서 주가 변동성 또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엔 부정적인 이슈가 소멸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복잡하고 길어진 감리로 인해 삼성물산이 경영계획이나 사업 개편 등 의사결정에 차질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삼바가 상장폐지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이므로 현재 주가는 지나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준섭 연구원도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7만원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