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분식 회계가 맞고, 고의적이었다'라는 최종 결론을 14일 내렸다. 2016년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유리하도록 바이오로직스가 2012~ 2015년 분식 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약 2년 동안 이어져 온 공방이 삼성의 '패배'로 일단락된 셈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이날 증선위 정례회의 후 브리핑에서 "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 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며 이를 고의적으로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하고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키로 했다. 반면 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법원에서 적법성을 가리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선위의 이번 결정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핵심적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을 합리화하기 위해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해 왔다. 합병 전 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는데,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적절한 회계로 '뻥튀기'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끌어올려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의 분식'을 인정한 증선위의 판단은 이런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라는, 이 부회장 승계의 '핵심 고리'를 흔들 수 있다. 증선위 결정으로 바이오로직스는 2012~2015년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합병 당시 제일모직 기업 가치까지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선위가 바이오로직스 측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에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선 합병 무효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

김용범 위원장은 "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둔 삼성물산 재무제표에도 변화를 줘야 할 수 있다. 면밀한 분석 후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 여부는 따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증선위 결정으로 바이오로직스는 증시에서 거래가 즉시 정지됐으며 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2조원에 달하고, 소액투자자가 8만여명에 달해 혼란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