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 분식으로 결론내린 데에는 금감원이 제출한 삼성 내부 문건이 결정적 역할(스모킹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14일 삼바 분식회계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증거자료로 제출된 삼바 내부문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을 취득원가로 인식하고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 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지배력 변경 등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 모색한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삼바의 회계처리에 대해 △2012~2013년 ‘과실’ △2014년 ‘중과실’ △2015년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증선위는 바이오에피스는 설립 때부터 삼바와 바이오젠이 공동 지배하고 있었다고 봤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 공동주주로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바가 바이오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2년부터 연결기준인 종속회사가 아니라 지분법을 적용하는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어야 한다는 게 증선위의 결론이었다.

김 위원장은 "2012~2014년의 경우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 등을 감안할 때 ‘계약상 약정에 의해’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 즉 잠재적 의결권이 경제적 실질이 결여되거나 행사에 장애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지배력 결정시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 권리에 해당한다"고 했다. 즉 삼바와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를 공동설립했던 당시부터 바이오젠이 줄곧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고, 행사할 가능성이 열려있었기 때문에 공동 지배자로 인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 회계기준(IFRS)이 2011년에 처음 도입됐고 삼바와 바이오에피스가 각각 2011년, 2012년에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해 2012년과 2013년 회계처리기준 위반 동기를 ‘과실’로 판단했다. 2014년의 경우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공시했는데, 이 때 콜옵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

2015년 삼바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연결기준에서 지분법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해 보유 지분을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재평가한 것은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증선위는 ‘삼바가 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금감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삼바가 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뻥튀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번 감리는 2015년말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에 한정했고 가치 측정이 적절했느냐는 부분은 들여다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밸류에이션 문제는) 외부 감사법이나 자본시장법 규제 영역 밖에 있다"며 "증선위 감리나 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증선위가 이 평가와 관련해서 자료 제출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삼바는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기록해 오다가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으로 2015년 순이익이 1조9049억원으로 단숨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