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포뮬러E, 서울 광화문·코엑스 등 타당성 조사 진행
삼성·LG화학·현대차 등 전기차 경쟁력 확보한 한국에 관심

세계적 전기차 레이싱대회 주관사인 영국의 ‘포뮬러(Formula) E’가 2020~2025년 기간의 아시아 지역 대회 개최국 선정에 나섰다. 현재 한국과 호주, 러시아, 뉴질랜드 등 4개국이 개최국 후보에 올라 경합 중이다.

14일 투자은행(IB)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포뮬러E 타당성 조사팀은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달 23일 방한해 서울 광화문과 강남 코엑스 일대 등 각 트랙 설치 후보 지역에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6년 포뮬러E 챔피언십
포뮬러E는 국제자동차연맹(FIA) 회원사로 2014년 중국 북경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레이싱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포뮬러E측은 최근 한국 투자자들과 만나 세부내용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 등도 후보지로 검토중이다.

포뮬러E측은 이번 조사에서 대회 운영에 필요한 주변 인프라 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전기차 충전 등 전력공급 시설·응급구조 및 치료시설·피트(레이싱카가 출전 전에 정차해서 세팅하는 차고) 설치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타당성 조사 결과 포뮬러E측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시청 광장 주변을 유력한 후보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의 예상 서킷을 두개의 옵션으로 구성해 세부조사를 진행 중이다.

리나토 비시나니 포뮬러E 디렉터는 "서울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인 결과 포뮬러E 대회를 열기에 광화문 광장 주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일부 도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된 2017년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부산 등 지자체들도 이에 대해 검토에 착수했다. 이들은 아직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전기차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쥘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치에 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이 개최국으로 선정되면 2020~2025년까지 포뮬러E 경주대회 개최권이 주어진다.

포뮬러E 대회는 2014년부터 매 시즌 7개월간 5대 대륙 10개 도시를 돌며 진행돼 왔다. 올해엔 파리·로마·멕시코시티·취리히 등에서 열렸다. 내년에는 11개팀과 22명의 운전자로 구성된 팀이 뉴욕·베를린·홍콩 등 전세계 12개 도시에서 전기차 레이싱 챔피언십을 진행한다. 포뮬러E 대회는 별도 트랙이 아닌 도심 공공도로를 활용해 경기가 진행된다. 트랙길이는 2~3km 정도다.

포뮬러E측은 호주 애들레이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진행 중이다. 특히 모스크바에서 포뮬러E 대회를 연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또 한번 포뮬러E 대회 개최를 목표로하고 있다. 2014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전폭적 지지를 통해 러시아 F1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한국이 포뮬러E 대회를 유치할 경우 해외 관광객 유치와 내수경제 활성화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범 5년째를 맞은 포뮬러E 챔피언십은 친환경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매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비시나니 포뮬러E 디렉터는 "한국은 레이싱 대회에 관심이 높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도 있다"며 "K팝 등 한류와 경주대회가 결합한다면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브랜드 프리미엄을 가진 독일 기업들이 전기차 기술 투자를 확대하면서 포뮬러E 대회에 속속 참가를 선언한 점도 흥행 성공을 예상하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아우디와 재규어, 시트로엥, 르노 등이 참가하고 있는 포뮬러E 대회는 2019~2020 시즌부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르셰 등도 가세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최초로 레이싱대회가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80개 국내 대회가 연중 운영되고 있다.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대한자동차경주협회 인증을 받은 레이싱팀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합쳐 80개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