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소상공인연합회가 노사정(勞使政)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경사노위) 위원에서 배제됐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참여하게 됐다. 위원 추천권을 가진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와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소상공인 대표로 다른 단체를 추천했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 배척'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3일 경사노위와 경총 등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최근 소상공인을 대표할 위원으로 박인복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위촉해달라고 제청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경사노위는 주요 경제·노동 현안에 대해 노사정 대화를 나누는 기구다. 과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노사정위)를 개편해, 오는 22일 처음 출범할 예정이다. 노사정위 시절에는 경총·대한상의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노사를 대표해 참여했다.

새로 출범하는 경사노위에는 이들 외에도 소상공인·중견·중소기업 대표와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대표도 들어온다. 단 이 위원들을 추천하는 건 기존 단체 몫이다. 소상공인 대표는 경총·대한상의가 협의해 추천했다.

소상공인 대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배제된 것에 대해 소상공인 업계는 반발했다.

한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는 17년 동안 소상공인을 위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은 유명무실한 단체"라며 "이런 단체의 회장은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등 주요 노사 현안에서 소상공인을 대표해왔고, 유일한 소상공인 관련 법정 단체이자 최대 규모인 우리를 배제한 데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를 놓고 '경영계 단체가 정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 직후 앞장서서 정부와 싸웠다. 최저임금 재(再)심의를 요청했고 최저임금 고시를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임원진은 머리를 밀었고, 거리에서 천막 치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 8월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3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에 불복종하겠다고 선언해둔 상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영계에 물어봤더니 한 관계자가 '정부 측에서 넌지시 압력을 넣었다'고 하더라"면서 "우리가 최저임금 인상 등에 앞장서서 투쟁했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에서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상공인 대표) 사용자 위원으로 법정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 대신 사단법인인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가 추천됐다"면서 "정부에 항의하다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총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가 압력을 넣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정부 눈치를 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총·대한상의 추천으로 경사노위 연금특위에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가 들어갔고, 이번에 추천된 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정부와 '코드'가 맞는 단체는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경총은 "단체 성격과 회장에 대한 평판, 업계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현재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회장 자리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 역시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또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는 2001년 설립됐고 가입 대상 역시 50인 미만 사업장이라, 소상공인연합회(2014년 설립, 10인 미만 사업장)보다 역사도 길고 가입 대상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이어지자 경총·대한상의는 13일 오후 7시쯤 소상공인연합회를 소상공인 대표로 추천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현재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측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경영계 추천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위원 변경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