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과 한국은행 등이 잇달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으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건설·부동산 분야의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업계 관심이 커졌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 각종 국내 거시 경제 지표 악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0.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분기 성장률은 1분기에 1.0%를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0.6%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소비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경제 성장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전분기보다 6.4% 줄며 1998년 2분기(-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2분기보다 4.7% 줄었다.

3분기 경제성장률(0.6%)을 지출 항목별로 나눠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건설투자가 경기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된다. 3분기 순수출은 경제성장률을 1.7%포인트 높이는 역할을 했다. 정부와 민간의 최종소비지출도 0.5%포인트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무려 1.0%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설비투자와 재고증감 및 귀중품순취득도 각각 0.4%포인트와 0.3%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수출이 끌고 가는 경제를 건설투자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3분기 건설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줄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수주는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15.7% 감소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건설 관련 통계를 보면 3분기 건축 인허가 면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한 3879만5000㎡, 착공 면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4% 줄어든 2750만2000㎡로 집계됐다.

내년엔 건설투자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건설 계획과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을 각각 발표할 예정이지만, 내년에 당장 착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일감 가뭄’이 닥칠 우려가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책연구기관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건설투자 감소를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전망에서 "토목부분의 부진은 다소 개선되겠지만, 건축부문 투자 감소가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주택 준공이 증가하고 주택 착공이 2017년부터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올해(3.6% 감소)에 이어 내년에도 3.4%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건설투자가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성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꼭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중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들은 조기 착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기에 주택구매 심리가 급랭하지 않고 연착륙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어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시행하는 가계부채 대책 중 무주택 또는 1주택 실수요자의 실거주 주택 구매까지 제한하는 조처들은 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