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기술주 실적 우려감에 급락했는데,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는 14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설을 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 2월 취임한 이래 기자회견·의회 연설 등 발언 기회가 총 9번 있었고, 이 가운데 5번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확률로 따지면 55.55%. 아주 높지는 않은 수치지만, 투자자들은 파월 발언으로 주가가 급락한 때만 기억하는 것인지, 파월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원론적 수준으로만 발언해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내년 3회 올린다는 미국 금리 인상 스케줄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정말?" "설마"하는 기류가 있다. 실적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지금은 특히나 고통스럽다.

파월 의장이 투자자들을 달래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 투자노트에서도 썼듯이, 유가 하락과 지난달 증시 급락은 연준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이슈다. 게다가 이번에 파월 의장이 참석하는 행사가 댈러스 연은 주최의 ‘파월과 함께하는 글로벌 시각’ 행사다. 글로벌 경제가 주제이다 보니, 어쩌면 신흥국을 ‘염려’하는 뉘앙스가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사회자가 꼬치꼬치 캐물어, 발끈한 파월이 정반대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a Long way’ 같은.

전문가들은 파월의 그간 발언으로 유추하건대, 아직은 속도조절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6월 이후 파월 의장 연설을 보면 대부분 고용과 물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서 "연준은 기존에 제시한 통화정책 경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유가 급락으로 물가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을 수 있으나, 유가는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큰 고려 요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금 있으면 또 12월이다. 그리고 12월은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상 확률은 80%) 어찌어찌 올 한해를 넘기고 있는 신흥국들은 이번에도 견딜 수 있을까.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애널리스트가 지난달 말 발간한 '달러 지배의 역사'를 보면 신흥국들은 이미 자국 통화 방어에 적지 않은 달러를 사용했다. 아마도 12월이면, 내년 불안감까지 한꺼번에 가중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파월의 연설은 14일(현지시각) 외에 28일에도 있다.

속도조절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14일보다는, (한번 더 진창 얻어맞고 나서) 28일을 기대해볼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14일 또 다시 원론적 발언이 나온다면, 당분간 증시는 악재 투성이 속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