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기업 메디블록​​이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 실습 수련병원인 메사추세츠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이하 MGH)과 의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 대표는 8일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MGH와 협력해 해외에서도 메디블록 플랫폼을 검증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긴 역사와 세계적인 전문성을 자랑하는 미국 대표 병원이 최첨단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기술에 큰 관심을 두고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협업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명찬 MGH 선임연구원과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사진 왼쪽부터).

MGH는 하버드 의과대학교 부속병원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병원으로,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이다. 연구비 규모 전세계 1위 병원으로, 연간 1조원을 연구에만 투입한다.

MGH는 환자의 의료데이터가 담긴 전자건강기록(EHR)시스템에서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데이터 저장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기관을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핵심 수단으로 도 잘 알려진 '블록체인(Blockchain)'은 온라인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거래 데이터를 나눠 보관하는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 핵심으로, 디지털 원본 데이터를 여러 PC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정보 및 데이터의 공유·활용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보고 있다.

MGH와 메디블록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의료정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활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총 3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두 기관은 표준화된 데이터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두 기관은 개인을 매개로 원활한 의료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표준화된 데이터 교환을 위한 전자건강기록(EHR) 고도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포함한 네트워크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메디블록의 의료정보 네트워크 플랫폼을 활용해 △LMIC 연구실에서 개발한 AI 서비스 적용 △2차 의견 제공 서비스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LMIC 연구실은 하버드의 의료기록·의료이미지를 분석하는 컴퓨터 전산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딥러닝 기반 의료AI솔루션을 만들고 있으며, 현재까지 골 연령 평가, 근육량 정량화, 뇌출혈 진단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한 의료영상 인공지능의 선두주자 중 하나다.

메디블록은 MGH를 비롯한 다른 기관들과의 연구협력을 통해 개인 건강정보 상호 운용성과 데이터 보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MGH와의 공동 연구는 AI 플랫폼을 함께 접목해 플랫폼 활용 범위를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며 "MGH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MGH와 함께 의료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메디블록의 의료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기술을 세계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찬 MGH 선임연구원은 "하버드에서는 최첨단 기술을 의료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플랫폼 구축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정보 시스템들이 대륙 간에도 안정적으로 쓰일 수 있게 참고할 만한 기술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디블록​은 지난 5월 의료정보 관리 및 공유에 최적화된 자체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의료정보 플랫폼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환자가 개인 진료기록과 라이프로그 등 통합된 의료정보를 직접 보관·관리하고, 의료기관 방문 시 의사에게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구자들이 메디블록을 통해 특정 의료기관에 한정돼있는 의료 데이터를 기관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 동의를 얻어 정보를 수집,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메디블록​은 한양대의료원, 경희대치과병원, 베스티안병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은바 있다. 또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진행하는 정부 과제에서 유일한 블록체인 기술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18년 기대되는 한국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