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정체'→ 이번달 '경기둔화'
정부 경제정책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이 8일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경기둔화'라는 판정을 내렸다. KDI는 올 상반기 '경기회복세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가, 지난달 "경기가 정체돼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경기회복세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KDI의 진단이다. 생산과 투자, 소비 등이 수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KDI는 이날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었으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 9월까지는 ‘경기개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경기흐름을 표현했다가 지난달 "경기가 정체되고 있다"고 진단을 변경했다. 그랬다가 이번달에는 "경기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문구로 최근의 경제흐름을 설명했다. 이 같은 표현 변경은 경기흐름이 지난 9월 이후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현욱 KDI경제전망실장은 지난 6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 시 "지난 7월 이후 경기흐름이 정점을 지나면서 하방 위험이 약간씩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동향 보고서에서 KDI는 소비,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홀로 이끌고 있는 수출도 개선 흐름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KDI는 "10 월 수출은 조업일수의 증가에 따라 큰 폭으로 확대되었으나 전반적인 흐름은 완만해지는 모습"이라며 "추석연휴 이동의 영향이 없는 9~10 . 월 평균 수출은 증가폭이 일부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10월 수출이 지난 9월(-8.2%)의 감소세를 딛고 22.7% 증가했지만, 조업 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8.5%) 보다 낮은 -1.8%를 기록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추석 연휴 영향을 제거한 9~10월 누적 수출 증가율은 5.7% 를 나타내 지난 8월 증가률(8.7%)보다 둔화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품목별로 반도체(22.2%), 석유화학(42.9%), 일반기계(51.7%)가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선박(-55.0%), 무선통신기기(-18.2%)는 부진이 지속됐다. KDI는 "8월 이후 세계교역량의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세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행지수는 기준치를 하회하는 등 대외 여건은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수출 둔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밖에 투자와 소비 등에 대해 KDI는 "9월에는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계절 요인이 더해지며 내수 증가세는 비교적 큰 폭으로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추석연휴 이동으로 소매판매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전반적인 소비의 개선 흐름도 완만해지고 있다"면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부진이 지속되면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