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택시 호출 서비스 ‘T맵 택시’ 개편을 밝히며 카카오택시와 진검승부를 하게 됐다. 카카오택시와 기능적 차이는 없지만, SK텔레콤이 가진 네트워크망·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력 같은 장점을 통해 택시 호출 앱 시장의 점유율을 점차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이슈인 카풀·승차거부로 인한 택시 업계와의 갈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진행 중인 여지영 SK텔레콤 통합교통서비스사업유닛장.

SK텔레콤은 택시 이용 고객 편의와 택시기사 안전운전 향상을 위해 ‘T맵 택시’를 개편한다고 5일 밝혔다. T맵 택시는 2015년 출시돼 약 6만여명의 택시 기사와 연동된 서비스다. 현재 영업 중인 택시 기사 수는 약 2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먼저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2018년 연말까지 T맵 택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월 5회 혜택을 제공하며 회당 최대 5000원이다. 하차 시 앱결제(11페이)를 통해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할인 연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지영 SK텔레콤 통합교통서비스사업유닛장은 ‘내년 할인 연장 여부는 내부의 경영 계획에 따라 달라진다"며 "아직 결정이 안났으며 승객들의 호응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올 연말에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 안전을 위한 서비스도 내놨다. 택시 승객의 위치를 지인이 확인할 수 있는 ‘안심귀가 라이브’ 기능을 선보였다. 택시 탑승 고객은 택시 현 위치·도착 예정 시간·이용 택시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낼 수 있다. 이같은 서비스 개편을 위해 여지영 유닛장은 직접 택시 기사 면허증을 따고 영업을 하기도 했다.

여지영 유닛장은 "택시 기사님들과 승객들의 마음을 듣기 위해 택시 기사 면허증을 직접 취득해 며칠간 영업도 했다"며 "통합교통서비스사업유닛의 T맵 택시 담당자들 15명 전원 모두 택시 기사로 영업을 했다. 현장에 나가 택시 기사님과 승객의 의견을 듣고 T맵 택시 서비스를 개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3만여명의 택시 기사에게 무상 제공할 호출 응답용 버튼 ‘콜잡이’.

SK텔레콤은 3만명의 택시기사들에게 버튼식 ‘콜잡이’도 제공하기로 했다. 차량 핸들에 부착하는 형태로 버튼을 누르면 호출이 바로 받아지는 식이다. 운전 중 고객 호출 응답을 위해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사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SK텔레콤은 3만명에게 이를 2018년 내 무상 제공하고 이후 추가 제공도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호출 응답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고객·택시 기사를 위해 인공지능(AI)으로 T맵 교통 데이터·이용 패턴도 분석할 예정이다. 택시 기사에게 실시간으로 택시 수요 밀집 지역 정보를 공유해 승객 대기시간이 단축되고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서울역에 택시 수요가 많다면 그쪽으로 택시 기사들을 안내하는 식이다.

여지영 유닛장은 "물론 택시 수요가 많은 곳으로 택시가 몰리게 되면 다른 곳에서 택시가 안 잡힐 수도 있다"며 "이같은 점을 고려해 AI를 활용한 종합적이고 세부적인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능은 경쟁사인 카카오택시에도 있는 기능이다. 차별점이 없다. 이에 SK텔레콤은 기지국을 통한 무선망과 T맵으로 쌓은 빅데이터, AI 기술력을 활용해 카카오택시와 맞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지영 유닛장은 "영구적으로 갈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기지국 기반의 유동인구 군집 데이터, T맵 내비게이션을 통해 쌓인 빅데이터, AI센터를 활용한 AI 기술력을 합쳐 고도화된 기술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2020년까지 500만명의 실사용자를 모으는 게 단기적인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슈화된 카풀과 승차거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목적지 같은 정보를 가리는 식의 단편적인 해결책으로는 접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지영 유닛장은 "단순히 도착지를 블라인드(가리는) 하는 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카풀이나 승차거부 관련 서비스 제공은 택시 기사님들의 생존권 보장과 승객들의 이동편의성 제고를 동시에 하면서 해야 한다. 두 가지 대립 프레임으로 갈등 구조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로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