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통화 이후 완화 무드를 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쉽사리 누그러질 성질이 아니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중국 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비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무역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폭탄을 던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위안화 절하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과 협상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소 안정세를 찾은 위안화가 다시 달러당 7위안에 접근하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민주당, 8년만에 하원 탈환 가능성…"상원 공화당, 하원 민주당 장악 구도"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지에서는 민주당이 최대 승부처인 하원을 8년만에 장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에스테로에서 공화당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선거분석기관들은 민주당이 현재 193석인 하원 의석을 26~40석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218석인 하원 과반수는 물론 최대 230석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화당은 현재 235석인 의석수를 30석 가량 잃을 것으로 예측됐다. 선거판세 분석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 가능성을 86%로 봤다. 정원 100명 중 35명을 교체하는 상원은 교체 대상 중 26명이 민주당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에서는 판세 예측대로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 장악’이라는 구도로 마무리되는 게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지배하기 때문에 ‘식물정부’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달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나 무역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대(對) 중국 무역 견제 기조 유지될듯

그러나 대(對) 중국 견제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무역긴장을 낮출 법안을 제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속도나 제재 방법 등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최근 ‘스파이칩’ 이슈로 민주당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시정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 내부에서 엇갈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 타결이 가까워졌으며 좋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협상 타결이 임박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인 발언이 중간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 위안화 환율 약세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불거질 수도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 변경 등을 언급하며 최근 중국 위안화 환율 약세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발언 이후 다소 안정되며 지난 2일 달러당 6.8897위안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6.9734위안까지 상승(위안화 약세)하는 등 10월 내내 달러 당 6.9위안대에서 거래됐다. 특히 지난 19일 중국의 올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6.5%로 발표된 이후 상승폭이 커졌다.

중국 위안화 약세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세가 약화된 거시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운용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한다. 또 미국의 추가 관세 무역 보복에 맞서기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지난달 7일 주요 은행들에 적용하는 위안화 예금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p) 낮춰 총 1조2000억위안(약 196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전 이코노미스는 지난달 24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미래투자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관세율을 올리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하는 방식으로 그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도 중국이 수출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인위적인 환율 절하에 나서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환율 개입 공개를 꺼리는 데 깊이 실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재무부는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흑자 △GDP 3% 초과한 경상흑자 △지속적인 시장개입 등을 충족해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현재 기준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내년 4월 보고서 발표 때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2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어느 시점에 평가(기준)를 바꿔야 할지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지금은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6.9위안 아래로 내려가며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중 사이의 긴장관계가 조성될 경우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안화 약세로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7달러를 향해 상승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