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시직, 3년 후 정규직 전환되는 비율 22%에 불과

국내 임금 근로자 10명 중 1명만 높은 임금 수준에 일자리 안정성을 갖춘 정규직으로 일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임시직이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 대상 16개국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로 구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할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동 사다리도 취약하다는 의미다.

최근의 심각한 고용 부진은 오랫동안 쌓인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특히 심각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용 확대를 막고 고용 구조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근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8월 기준, 대기업이면서 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였고, 나머지 89.3%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거나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근로자였다. 1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임금은 2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1.8배, 근속연수는 2.3배에 달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그 자체도 문제지만 양극화된 시장 간 이동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한국 고용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22%로, OECD 조사 대상 16개국 중 가장 낮았다.

장 부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률이 높아지는 등 고용이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인구보너스 효과 소멸에 따른 고용 축소 우려 △높은 비정규직·중소기업 취업자 비중 △청년·여성 고용 부진 △과도한 자영업 근로 비중 등 질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고용률은 60.8%, 실업률은 3.7%를 기록했다. 고용률과 실업률만 보면 고용시장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32.9%,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취업자 비중이 85.7%에 달하는 등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이 높고 청년(15~29세) 실업률은 2008년 7.1%에서 지난해 9.8%로 크게 상승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또 자영업자 비중은 25.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여성 고용률은 56.9%로 OECD 평균(60.1%)에 미치지 못한다.

장 부연구위원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인적자본 축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한편 고용안정성을 저하시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장 부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의 도급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직업훈련과 고용지원 서비스 제도를 개선하고 여성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해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