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이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8.8%를 상속해 LG그룹 지주사의 최대 주주가 됐다. 구 회장은 총 7200억원대라는 역대 최고액 상속세를 내게 된다. 그동안 구 회장의 상속 규모와 방법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지분만 상속' '일부 지분의 공익재단 출연' 등 다양한 관측이 나왔지만, LG 측은 "강력하고 투명한 오너십을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2일 "구본무 회장의 주식 11.3%(1945만8169주)에 대해 장남 구광모 ㈜LG 대표가 8.8% (1512만2169주), 장녀 구연경씨 2.0% (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 0.5%(87만2000주)씩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고 공시했다. 3남매의 총 상속세 규모는 9000억원대이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기존 6.2%에서 15%로 늘었다. 2대 주주는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7.72%)이다.

9000억원대 상속세 역대 최대 규모… 구광모 7200억원대

구 회장 등은 당장 11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 및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고인이 사망한 달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여나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일 경우 과세율은 50%에 달한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 세율이 적용된다. LG그룹의 경우 구 회장 등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율이 50% 미만이어서 할증률은 20%다. 주식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치 주가의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기간 ㈜LG의 평균 주가는 약 7만9000원이다. 할증률을 감안하면 9만4800원.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구본무 회장의 주식 가치는 1조8400억원. 과세율 50%를 적용하면 총상속세 규모는 92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구광모 회장이 7200억원 정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동안 납부된 상속세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지금까지 상속세 1위는 2003년 별세한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신창재 회장 등 유족이 1830억원대의 상속세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사장이 20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고, 이 중 145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OCI 최대 주주는 이 사장의 삼촌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으로 바뀌었다.

뒤를 이어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1500억원대의 세금을 5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증여세로 확대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정 부회장 남매는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으며 3500억원 상당의 신세계 주식을 증여세로 현물 납부했다.

7200억원 상속세 어떻게 마련하나

상속세는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등으로 납부할 수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상속세 재원은 대출과 보유 자금을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속세를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속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연부연납(年賦延納)이 가능하다. 납세 기간을 연장해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연부연납을 선택할 경우 구 회장이 보유 중인 ㈜LG 주식 등을 법원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5년간 상속세를 나눠 내는 게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연부연납을 택해도 5년 동안 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분 7.5%를 소유한 판토스 등 본인 소유 주식 등을 매각하고 대출, 연봉, 배당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공익법인을 활용한 상속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주식을 5% 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공익법인을 활용한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등에 비판 여론을 의식, LG그룹은 공익법인 출연을 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