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영향으로 올 상반기 8000억원 넘는 영업 손실을 낸 한국전력이 3분기(7~9월)에는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전력 당국이 원가가 저렴한 원전 가동을 늘렸기 때문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 한전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10개 증권사가 예측한 3분기 영업이익은 9542억~1조7060억원이다. 평균 1조2541억원으로 작년 3분기(2조3096억원)와 비교하면 46% 줄어든 규모다. 한전은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 8147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흑자 예상은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덕분이다. 1분기 58%, 2분기 67%에 머물렀던 원전 가동률은 3분기 76%로 올라 작년 수준으로 정상화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 탓에 최대 전력 수요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원전 가동을 늘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만 4분기에도 원전 가동률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LNG 발전 가동률은 1분기 52%에서 2분기 45%, 3분기 39%로 낮아졌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을 늘리고, 가장 비싼 LNG를 줄이면서 실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지난여름 폭염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가구당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전력 판매 수입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력 판매 수입은 주택용이 1조742억원으로 17.4%, 일반용은 1조7227억원으로 9.8% 각각 늘었다. NH투자증권은 "8월 가구당 전력 사용량은 작년 574kWh에서 708kWh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누진제 완화보다 전력 판매 단가 증가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4분기 다시 영업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석탄과 LNG 가격이 3분기 13~16%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한전이 올해 6년 만에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한전이 최근 10년간 영업 손실을 낸 해는 2008년(2조7980억원), 2011년(1조200억원), 2012년(8179억원) 3개년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거라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적 악화는 그해나 이듬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2011년 8월, 11월 두 차례 전기요금을 올렸고, 이듬해 8월에도 산업용 6%, 주택용 2.7% 인상했다. 2013년에는 두 차례 걸쳐 평균 4%, 5.4% 전기요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