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7000만~9000만원대인 자동차 생산직 연봉의 반값 수준인 공장을 새로 지어 일자리를 창출해보겠다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반발이다.

현대차 노조는 3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경영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투자에 참여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최대 주주로 각종 후생 복지 비용까지 지원해 주고, 현대차는 2대 주주로 차량 개발·생산 기술 등을 지원하는 구조로 추진 중이다.

노조는 이날 "총파업 투쟁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 그리고 회사에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고,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 등 100여 명은 울산공장에서 "결사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 시위도 벌였다. 같은 날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는 정치권의 정략적 꼼수"라며 "협상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직접 고용 1000여 명, 간접 고용 1만여 명을 창출할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노동계의 반발로 꼬이면서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초봉 3500만원 정도라면 정말 괜찮은 일자리인데, 노동계가 왜 저리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광주시, 노동계가 협력해야 한다."

광주의 다수 시민들 사이에선 이런 지역 여론이 비등하다. 광주 고교생과 대학생들, 다수 지역 단체들은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바라는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민주노총 최대 사업지인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불사' 성명은 이런 광주 지역의 민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최고 복지이자 노동계가 늘 숙원하던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것은 경쟁 공장이 생기면, 기득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현대차 노조의 무소불위 행보는 현대차가 지난 20여 년간 국내 공장을 짓지 않은 주요 원인"이라며 "이런 기득권을 뛰어넘지 못하면 한국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광주시의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시작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은 지난 9월 한국노총 광주본부의 '불참 선언'으로 한 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다. 이어 광주시가 노동계 반발을 수용해 당초 계획을 수정하자, 이번엔 현대차가 난색을 표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광주시가 지난달 30일 제안한 수정안에는 5년간 단체협약을 유예하기로 했던 내용을 취소하고, 주요 경영 정보와 의사 결정 과정을 노조와 공유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대차가 연간 최소 생산 물량을 약속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당초 취지를 지켜내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광주형 일자리는 잘만 되면 화장품·바이오 분야에서처럼 '생산 서비스'에 전문화된 자동차 공장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며 "생산 효율성이라는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공장인데,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면 기존 고비용 저효율 공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