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문어가 거대한 바위라도 만난 듯 물속에 나타난 손가락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사진〉. 미국 하와이 칼로코-호노코하우 국립 역사 공원의 과학자들은 콩만 한 크기의 이 아기 문어를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구조했다. 최근 과학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이 퍼지면서 전 세계가 아기 문어의 앙증맞은 모습에 마음을 뺏겼다.

국립공원의 해양생태학자인 샐리 비버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 문어는 낮에 활동하는 옥토푸스 시아네아(Octopus cyanea)나 야행성인 칼리스톡푸스 오르나투스(Callistocpus ornatus)의 어린 개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 자란 시아네아 문어는 몸길이가 80㎝ 정도 되고, 야행성 오르나투스는 2m까지 자란다.

아기 문어는 작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자기 또래 해양 생물에게는 이미 공포의 대상이다. 이번에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같이 발견된 다른 아기 문어는 같은 크기의 아기 게를 붙잡고 있었다. 벌써 사냥꾼으로서의 자질을 발휘한 것이다.

문어는 독특한 존재이다. 사람과 같은 카메라 눈을 갖고 있으며, 문고리를 열고 탈출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지능도 가졌다. 과학자들은 인간 외에 의식을 가진 존재로 무척추동물에서는 단연 문어를 꼽는다.

심지어 문어가 우주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5억4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紀)에 생물 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당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외계 생명체를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월 발표된 한 논문은 당시 외계 생명체에 의해 갑자기 지구에 출현한 생명체로 문어를 꼽았다. 문어에게서 그 전 생물에 없던 복잡한 신경계나 카메라 눈, 위장 능력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컨택트'에는 지능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문어 형태로 등장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문어의 우주 기원설을 일축한다. 한 예로 문어의 신경 유전자들은 캄브리아기보다 훨씬 뒤인 1억3500만 년 전에 생겨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