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다시 2000을 넘어섰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93% 상승한 2014.69에 마감했다. 연속 5거래일 동안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진 국내 증시에서 오랜만에 반등 소식이 들린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2.29% 상승한 644.14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미·중 간 무역 갈등 완화 기미가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지만 미국 시장 금리 상승과 기술주 실적 우려 등 글로벌 증시의 불안 요소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 큰 폭으로 출렁거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저가 매수세 유입… "미·중 갈등이 변수"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29% 올라 4만2350원에 장을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2.1% 오른 6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정부가 29일(현지 시각) 중국 부젠진화반도체에 대해 거래 금지 제재 조치를 내림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곤두박질치던 코스피가 6거래일 만인 30일 기관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0.93% 오른 2014.69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2000을 넘어선 코스피지수가 선명하다.

중국 상하이 증시가 증시 부양책 기대감으로 1.02% 상승한 것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매우 좋은 협상(great deal)을 예상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도 더해졌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가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전날 자본시장 안정화 자금 5000억원을 조성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비상 계획) 가동을 검토한다"고 발언하는 등 당국자들의 구두 개입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 대책보단 미·중 무역 갈등의 향방에 관심이 더 높았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현재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 시장 육성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정도만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국내 증시가 모처럼 반등하기는 했지만 추세적인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그간 과도한 하락세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 하락세를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다는 신호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유가증권 시장에서 18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전개 양상도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국내 증권업계는 11월 증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1960~2150, 삼성증권은 1950~2120을 제시하는 등 증권사 대부분이 다음 달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 하단을 2000선 밑으로 잡고 있다. 다시 20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음 달 6일 미국 중간선거와 다음 달 말 G20(주요20국) 정상회의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 등 두 가지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증시 변동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는 섣불리 '저가 매수'를 노리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바닥을 확인하더라도 얼마만큼 반등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굳이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면 고배당주와 같이 변동성이 비교적 낮은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반면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 평균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배당 수익률도 급등하고 과거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투자 심리 위축은 과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증시 하락 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