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 창업자가 유럽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지난해 9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인수에 이어 두 번째 가상화폐 거래소 인수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는 벨기에에 있는 투자 자회사(NXMH)를 통해 네익 코드리 비트스탬프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 지분 10%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30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지만, 경제 매거진 포천을 비롯한 외신들은 인수 대금이 4억달러(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가 지난 1년여간 가상화폐·블록체인에 투자한 금액은 코빗 인수 금액 913억원을 포함해 55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2년 전부터 임직원들에게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며 "김 대표와 엔엑스씨가 블록체인 사업 부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관련 산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31일은 비트코인 탄생 10주년이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2008년 10월 31일(미국 동부 시각) 공개한 한 편의 논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이 비트코인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이을 '3세대 블록체인' 잡아라"

가상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은 '송금'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다. 비트코인에 이어 2번째로 시가총액 규모가 큰 '이더리움'은 가상화폐지만, 동시에 하나의 운영 체제 기능을 한다. 지난 2년간 나온 이더리움 기반 가상화폐만 해도 2000여 개에 달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물류, 유통, 보험 계약 등 다양한 기능을 입혀 새로운 코인을 내놓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이더리움은 구글의 모바일 OS(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이고, 코인들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앱(응용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런 운영 체제를 블록체인 업계에선 '메인넷'이라 하고, 지금 전 세계 IT(정보기술)기업들은 이더리움의 뒤를 이을 '3세대 블록체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들도 연달아 메인넷 진출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일본에 손자 금융회사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하고, 지난 8월부터 라인의 메인넷 '링크체인' 가동을 시작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는 지난 8일부터 메인넷 '클레이튼'을 테스트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내년 1분기 중 정식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연말 메인넷 '루니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두나무의 박재현 연구소장은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등장한 메인넷이 30여 개고, 앞으로도 연달아 나올 것"이라며 "MS의 윈도,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메인넷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 블록체인 시장을 이끌어갈 것"고 말했다.

◇넥스트 김범수·이해진 되겠다… 스타트업도 경쟁 뛰어들어

블록체인을 '미래 콘텐츠'로 보고 사업 아이디어 경쟁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많아졌다. 두나무의 자회사인 루트원은 지난 11일 카카오 계정과 전화번호만 있으면 2~3초 안에 20여 종의 가상화폐를 간단하게 송금할 수 있는 가상화폐 지갑 앱을 출시했다. 장성훈 루트원 대표는 "출시 2주 만에 사용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내년 1분기에는 티몬·배달의민족·야놀자와 같은 국내 이커머스·배달앱에 스타트업 테라의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테라는 온라인쇼핑에서 결제할 때 테라 토큰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막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신현성 테라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싱가포르의 온라인쇼핑몰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어 사업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올 들어 일반인 사이에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듯 보이지만 가상화폐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업 간 신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메인넷(Main Network)

블록체인의 운영체제(OS) 역할을 하는 플랫폼. 메인넷을 기반으로 유통·보험·부동산 계약 등 다양한 기능을 입혀 새로운 코인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PC의 윈도,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에서 앱(응용 프로그램)이 출시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