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올해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국내외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화장품이 기대만큼 많이 팔리지 않은 데다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84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줄었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3.1% 증가한 1조46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금융투자업계 예상치(약 122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5.9%, 영업이익은 50%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한 1조27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65억원으로 24% 줄었다. 인건비와 판매 관리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사업의 경우 1년 전보다 매출은 6% 증가한 8397억원,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491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 설화수와 라네즈를 중심으로 한 스킨케어 제품들의 판매가 늘었고, 관광객 증가에 따라 면세 채널이 성장했다"고 했다.

해외 사업 매출은 5% 늘어난 4472억원을 올린 반면, 영업이익은 42% 줄어든 262억원을 기록했다. 아세안과 북미 시장은 성장세가 각각 20%와 36%에 달했으나, 아시아 시장은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회사 측은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강화를 위한 광고비 지출을 늘리고 신규 채널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고가 화장품 판매 비중이 적은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신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에서 고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미만이고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중가 브랜드들은 중국 현지 중저가 브랜드들과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작년보다 출점, 마케팅, 신제품 출시가 모두 강화됐는데도 매출 성장률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런 경영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화장품 조직 체계를 브랜드 중심으로 바꾸고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e커머스 디비전’도 신설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차별화된 고객 경험으로 내년에는 국내외 사업의 성장세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 9월 서경배 아모레서피식그룹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30개국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안으로 라네즈와 에뛰드가 인도 시장에 추가로 진출하고, 라네즈와 이니스프리는 필리핀 시장에 첫 선을 보일 계획이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3~4성급 도시 사업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