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청년층과 어르신, 실직자 등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총 5만9000개를 제시했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위기에 몰리자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꺼내 든 카드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 기관이 세금을 들여 임금을 지불하는 2~3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가 대다수다. 최악의 고용 성적이 발표될 때마다 '상용직이 늘어 고용의 질(質)은 좋아졌다'고 항변했던 정부가 '질 나쁜 일자리'인 단기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찍어내는 셈이다.

◇겨울철 고용 위기에 단기 일자리 급조

정부의 일자리 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개 '정부가 이런 일자리까지 세금을 들여 만들어도 되나' 의구심이 드는 일자리들이 많다. 산과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화재를 감시하는 요원 1500명, 동사무소에 등록된 독거 노인의 집을 찾아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는 조사원 2500명, 불 켜진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소등 업무를 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1000명, 라텍스 침대에서 생활방사선(라돈)이 검출되는지 측정하는 요원 1000명,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로 해주는 '제로페이' 홍보안내원(960명)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공공 기관 체험형 인턴 5300명, 교통안전 시설물 조사원(2000명), 전통시장 환경미화원(1600명), 농촌 환경 정비원(5000명) 등이 있다.

정부는 이번 일자리 대책의 재원에 대해 정확한 액수는 언급하지 않고 "이월·전용, 예비비 등 올해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란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연말을 시계로 정하긴 했지만 내년에도 (일부는) 연장해서 할 것"이라며 그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자리 대책은 '공공 기관 채용 압박'으로 발표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기획재정부가 각종 공공 기관에 공문을 보내 '청와대 지시'라며 단기 인턴 채용을 독촉했다는 것이다. 단기 일자리 양산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로부터 '일자리 분식(粉飾)' '가짜 일자리'라는 질타를 받았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23일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겨울이 되는) 연말이면 다른 달보다 전체 취업자 수가 80만명가량 줄어든다"며 "흐름을 반전시켜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평상시라면 꺼려하는 수단도 동원했다. 고용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급한 불만 끄려는 미봉책"

전문가들은 이번 일자리 대책을 두고 '고용 부진에 따른 긴급 처방전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 계획을 보면 정부가 '통계 행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자 증가 수가 연말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플러스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 일자리를 억지로 창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민간 기업의 노동 수요를 늘리려는 노력은 없이 공공 부문 단기 아르바이트를 양산하는 것은 급한 불만 끄자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라 고용 문제가 심화됐는데도 이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치고, 기업 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민간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근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것을 정부도 모를 리 없다"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 성장은 속도가 늦고 실행력도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