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발표 인하분 7000억원에 3000억원 추가 인하키로

금융당국이 내년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조원 정도 절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카드 수수료 인하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개 카드사가 매년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이 10조원 정도인데 그중 10%를 인하하려는 것이다. 카드업계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업계와의 의견 조율을 마치고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인하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카드 수수료 규모를 1조원 정도 낮추는 계획은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수수료 인하 방안 당시에는 6700억원 수준이었는데 그때보다 인하 규모가 커졌다.

1조원 가운데 7000억원은 금융당국이 앞서 발표했던 방안들의 인하 효과를 합친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밴(VAN)사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시행 중이다. 밴사는 카드사의 결제승인과 매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데, 밴사의 수수료 체계를 건당 제공하는 정액제에서 금액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바꿨다. 소액 결제가 많은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 결제 금액이 큰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이는 방식으로 수수료 체계를 바꾼 것이다.

또 소규모 신규가맹점의 수수료 환급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등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수료 인하 방안의 효과를 모두 합치면 7000억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다 금융위는 3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일단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그만큼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감에서도 "대형가맹점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들이 많이 부담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은 카드사 마케팅 비용 구조 개선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금융위와 카드업계는 구체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줄일 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8%, 중소가맹점은 1.3%다. 정치권에서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수수료율을 제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막판까지 금융위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방안에 불만이 터뜨리고 있다. 이자 및 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 카드사의 경영 환경은 악화됐는데, 정부가 손해만 강요한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를 억지로 인하하면 결국 소비자의 혜택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 전체적으로 보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도 더는 낮출 여력이 없는데 억지로 낮출 방법을 찾으라고 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