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다시 한번 연저점을 경신했다. 대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저점으로 찍었던 2100을 가뿐하게(?) 밑돌았다.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은 본업이 주식을 파는 입장이라, 공식적인 자리나 리포트에서는 '덜' 솔직히 말하는 편이다. 술자리에서는 "한국 증시는 '전혀' 매력이 없다"고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은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거래가 활발해 신흥국 포트를 줄일 때 ATM 기능을 충실히 해줄 뿐, 뚜렷한 신성장 산업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점점 떠날 것이다. 이는 최소한 당분간은 돌이킬 수 없다.

더 얄미운 것은 연기금(국민연금)이다. 사실, 전날 기습적인 주식대여 중단은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고민한 선물이겠으나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지는 못했다. 도리어 가까스로 성장하고 있는 헤지펀드 같은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중호 KB증권 파생 담당 애널리스트는 "롱숏펀드나 헤지펀드 활성화를 저해하는, 시장 활성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했다.

이것보다는 매도 공세가 서운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전날 증시에서 1626억원이나 팔았다. 한 매니저는 "낙폭이 커지는데는 연기금 매도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연기금한테 무턱대고 사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배당수익률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매수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전 정권과 전전 정권에서는 국민연금이 나설 때마다 "증시 부양에 피 같은 돈이 동원됐다"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그래도 대체로 성공적인 수익을 남겼다. 투자자들이 제발 국민연금이라도 나서주길 바랄 때는 대체로 과매도 국면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나친 공포감이 시장을 뒤흔들 때는 시장 안정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 정도 지수대라면 충분히 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