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현대자동차 협력 정비소인 J정비공업사. 1980㎡(약 600평) 규모의 대형 정비소 한쪽에선 앳돼 보이는 10대 3명이 엔진 정비 교육을 받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한 특성화고에서 현장교육을 나온 고3 학생들이다. 빌려 입은 작업복이 몸에 맞지 않아 헐렁했고, 볼트를 돌리는 폼도 어색했다. 이들은 예년 같으면 1년간 현장교육을 마친 후 회사에 자동 취업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 교육생들은 12월이 되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업체의 황모 대표는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10년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을 매년 3명씩 뽑았다"면서 "하지만 올 들어 일감이 줄고 부품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충격까지 더해 그럴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미 직원 33명 중 올해 5명을 내보냈다. 그는 "마음이 아프지만 공장장까지 내보낸 상황에 고졸 인력을 뽑을 수는 없다"고 했다.

만성화된 내수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한때 100% 취업을 보장했던 기계공업고, 상업정보고와 같은 특성화고에도 취업 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2009년 이후 최저치인 65.1%다. 지난해 취업률 74.9%에 비해선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취업률은 그해 2월 특성화고 졸업생에서 대학 진학자를 제외한 취업 희망자 중 취업한 학생의 비율이다. 올해 졸업한 전체 특성화고 학생 9만1000여명 중 3만3000명이 대학을 갔고 3만8000명이 취업했다는 뜻이다. 2만여명은 무직인 상태로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