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금융시장에 빨간 불이 켜지자 초단기채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투자처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내내 호황이던 미국 증시가 10월 들어 흔들리고 미·중 무역 분쟁에 중국 증시도 맥을 못 추고 있으며, 이 여파로 한국 증시도 크게 떨어지는 등 글로벌 증시가 불안하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들고 있던 자금을 회수 기간이 짧은 단기 투자처에 잠시 대피시켜 놓는 모양새다. 불확실한 미래에 돈을 묶어두지 않으려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도 3~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투자처를 살펴볼 예정이라면 초단기채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운용 기간 짧은 펀드에 뭉칫돈

2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초단기채 펀드 24개에 설정된 자금은 8조2495억원으로 연초 이후 2조6827억원이 순유입됐다. MMF 131개 설정액은 93조52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21조3460억원이 들어왔다. MMF는 지난 9월 초 터키발 금융 불안 때문에 카타르은행 채권을 편입한 상품에서 자금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빠져나갔으나, 우려가 해소되면서 최근 한 달 새 6조원 넘게 순유입되고 있다. 최근 미국·중국 등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앞으로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자금 운용 기간이 짧은 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초단기채 펀드는 만기가 6개월 안팎으로 짧게 남고 투자 적격 등급(BBB- 이상)인 50여 채권에 분산 투자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 국공채 가운데 만기가 3~6개월 정도 남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만기가 짧은 회사채나 CP(기업 어음)에 투자하는 펀드, 국공채와 회사채를 적절히 섞어 투자하는 펀드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 펀드는 계약 기간 만료 전에 환매할 경우 수수료가 붙지만, 초단기채 펀드는 환매 수수료가 없어 유동성(流動性·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이 높다.

MMF는 만기 1년 이내 CP(기업어음), CD(양도성예금증서), 콜 등 단기 금융 상품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내는 초단기 금융 상품이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운용 실적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하다. 다만 초단기채 펀드보다 신용 등급이 더 우량한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은 다소 낮다.

◇중간에 환매해도 이자 수익 챙길 수 있어

초단기채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1.7%, MMF는 1.54%로,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1.78%)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 정기예금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 이자 수익이 거의 없는 반면, 초단기채 펀드와 MMF는 가입 이후 환매할 때까지 수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 펀드별로 보면 '한국투자e단기채증권투자신탁(C-F)'(연 2.44%) '동양단기채증권투자신탁(ClassA2)'(2.43%)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 Class C-W'(2.39%) 등은 수익률이 연2%를 훌쩍 넘는다. 김성봉 삼성증권 자산배분 리서치팀장은 "단기간에 1%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테크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초단기채 펀드 같은 단기 투자처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초단기채 펀드나 MMF도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 회사채 부도 확률이 높아진다고 판단되면 돈 맡기는 걸 삼가야 한다. 또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질 때는 초단기채 펀드보다는 장기채 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 채권 값이 올라가는데, 이럴 경우 장기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단기채 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 펀드가 50곳 이상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한 회사가 부도 나더라도 수익률이 조금 떨어질 뿐 원금 손해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는 좀 더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