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중국 난징(南京)에 2조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崛起)에 맞서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차별 정책을 펴, 한국 업체들은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LG화학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 2020년 중국의 보조금 폐지 계획에 앞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또 중국을 아시아 수출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포석도 깔고 있다.

LG화학, 중국에 2兆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2공장

LG화학은 23일 중국 난징 빈장(濱江)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제2공장은 축구장 24배 크기인 19만8000㎡(6만평) 부지에 지상 3층으로 건설된다. LG화학은 이곳에서 한 번 충전으로 320㎞를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50만대 분량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박진수 부회장은 기공식에서 "난징 2공장에 최신 기술과 설비를 투자해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고 공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부터 1단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23일 중국 난징 빈장 경제개발구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박진수(왼쪽에서 넷째) LG화학 부회장이 장징화(왼쪽에서 셋째) 난징시 당서기 등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LG화학이 중국 난징에 또다시 배터리 생산 기지를 짓는 것은 지정학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2공장에서 45㎞ 떨어진 곳에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배터리 원재료 수급이 용이한 것도 큰 장점이다. 중국 '화유코발트'와 세운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과 접근성이 좋다. 이 법인은 2020년부터 연간 4만t의 양극재를 생산한다.

난징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한국·중국·유럽·미국에서 5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각 공장을 대륙별 공급 거점으로 활용해 글로벌 미래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60兆 수주 확보

LG화학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에서만 60조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작년 말 수주 잔고 42조원보다 6개월 만에 5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반년 사이에 늘어난 수주 잔고 18조원은 LG화학 작년 전체 매출(25조7000억원)의 7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2조6000억원이지만, 2020년 매출 8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9년 610만대에서 2025년에는 2200만대 규모로 성장해 전체 판매 차량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성장세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 사정은 좋은 편이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와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업체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기준으로 일본 파나소닉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인 CATL(2위), BYD(3위)는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4위와 6위로 전년 동기 대비 한 계단씩 하락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중국 투자는 2020년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맞춰 중국 업체와 한판 붙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승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중국 시장뿐 아니라 갈수록 커지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