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끝났지만, 점유율은 하락
현지전략모델 소비자들 외면

기아차 중국 합자법인인 동풍열달기아는 최근 직원 차량이 타사 차종일 경우 공장 진입을 하지 못하도록 내부 규정을 손봤다. 이와 함께 임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판매하면,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차량 재고를 줄이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고육지책 쓰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인력 조정을 하는 등 긴축 재정을 해왔다. 올 하반기부터 경력직과 대졸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예년 수준으로 채용을 확대하기에는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아 쉽지 않은 상태다.

중국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이 해제됐지만,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사드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보복 조치가 풀린 올해는 판매가 눈에 띄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실적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고 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이 쉽사리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에서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 경기둔화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요 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 中시장서 뒷걸음질치는 현대차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사드 사태 이전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올 들어 시장 점유율은 줄면서 위기감은 더 커졌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현대차 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4.7%로 지난해 5%보다 0.3%포인트 줄었다. 사드보복 이전인 2016년에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8.1%였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SUV 올뉴투싼

현대차의 경우 올해 판매대수는 45만733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그러나 중국시장 경쟁 업체인 폴크스바겐과 닛산,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등이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점유율은 축소됐다. 기아차는 더 심각하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21만3970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7.49% 줄었다. 반면 중국 지리자동차는 같은 기간 101만242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보다 40%나 성장했다.

중국시장 판매 순위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등 현지업체들은 모두 현대차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사드 보복이 일어나기 전 2014~2016년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5위권 내였지만 올해는 9위로 뚝 떨어졌다. 겨우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기아차는 올 들어서 20위권으로 밀려났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가 중국에서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도 일본공장을 축소하고 중국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국시장 회복 가능할까

현대차의 중국 사업을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현대차는 그간 중국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수입차 이미지 전략으로 판매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2~3년 전부터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에서 독일차나 일본차보다 떨어지고, 저가차량 시장에선 품질면에서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차에게 점유율을 내줬다.

지난해 7월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충칭시 장궈칭 시장(가운데)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이 시범생산한 현지전략 소형차를 살펴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국 시장 진출 초반에 택시 위주로 판매하면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지 못했다"며 "수년 전부터 중국 현지 업체가 품질을 높이면서 가성비 우위를 가져가는데도 한계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당장 중국 시장 전략 역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국 현지전략차량으로 출시한 차량들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가 중국 현지 소형 SUV 시장을 타깃으로 투입한 엔씨노는 4월 출시 첫달 4385대의 판매량을 보였으나 5월 604대로 크게 감소했다. 8월 판매량은 306대로 추락한 상태다. 신형 투싼은 지난 3월 1만대를 반짝 넘긴 이후 계속 감소해 지난 8월에는 19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효자 모델이었던 랑동(아반떼 MD)은 시장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비슷한 옵션을 가진 차가 있다면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국산 자동차를 타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해 수입차 가격이 더욱 저렴해져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관세 인하 결정의 최대 수혜 브랜드는 독일 브랜드 등 고급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차종에 대한 수요가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입 관세 인하는 고급 브랜드 승용차의 판매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서 고급차 시장이 커지고, 중국 토종 업체들의 기술력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은 예상됐었다"며 "중국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