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015년 삼성과 '빅딜'을 통해 인수한 기업들에 대한 3년여간의 실무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의 항공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가 ㈜한화의 공작기계사업을 인수(영업 양수)하고,
한화지상방산은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사업개편안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항공·방산 중간 지주사격인 회사다.

항공사업과 공작기계사업의 양수가액은 각각 1669억원, 693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 지분 처분을 통해 2300억원이 마련된 상태다.

이번 사업개편은 그룹내 중복되거나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합친게 주요 내용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015년 삼성과의 빅딜 당시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등을 인수하며 기존 그룹 사업과 비슷하고 연관된 사업이 있었다"며 "시너지 효과, 경영효율화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외부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그동안 사업확장에 힘써온 방산은 물론 항공사업과 기계사업 몸집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대응이 용이하도록 했다.

우선 오는 12월31일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의 항공기연료 유압계통, 착륙, 비행조종장치 등을 생산하는 항공사업부를 양수할 계획이다. KB증권에 따르면 항공기 부품은 지난해 매출 1465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항공엔진과 기체 부품 사업간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항공사업부는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에서 착륙, 조종, 유압 등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같은 날 한화정밀기계는 자동차 부품 가공용 CNC 자동선반을 등을 생산하는 ㈜한화의 공작기계 사업부를 양수하기로 했다. 한화정밀기계는 이번 인수로 IT 중심의 전방산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군으로 전방산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공작기계 부분은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엔진.

방산사업은 계속 덩치를 키우고 있다. 내년 1월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인 한화지상방산은 손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현재 한화지상방산은 K-9 자주포, 한화디펜스는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만들고 있다. 회사 측은 두 회사 모두 지상무기 생산에 특화된만큼 제품 개발과 해외영업 등에서의 합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한화디펜스는 무기 수출경험이 없는데 반해 한화지상방산은 폴란드, 인도 등 여러 국가에 제품을 수출한 경험이 있어 패키지 수출 등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합병으로 두 회사 모두 단일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실적 변화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병 이후 본격적인 IPO(기업공개) 추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개편에서 이태종 ㈜한화 방산부문 대표(부사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기술자문 역할을 맡는다. 방산부문 대표이사 역할은 옥경석 화약·방산 통합부문 대표이사가 맡게 된다.

그룹은 ㈜한화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거쳐 한화지상방산·한화시스템·한화정밀기계·한화파워시스템·한화테크윈 등 자회사로 연결되는 구조를 완성했다.

한화그룹은 사업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한화가 삼성으로부터 빅딜 이후 인수한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이 전신 회사다. 2018년 4월 사업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자회사 4곳(한화지상방산,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한화시스템)과 신설법인 한화테크윈(시큐리티 부문) 총 5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화시스템은 한화 SI(시스템통합) 업체인 한화S&C를 흡수합병했다. 지난 12일에는 (주)한화의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이 통합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경영 효율화, 몸집 키우기에 대한 추가 사업구조재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