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우주산업은 민간 주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주산업 관련 서비스 영역도 넓어지며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도 올해 12월에는 첫 독자 개발 정지궤도(고도 3만6000km) 위성 ‘천리안2A’호를 아리안스페이스사의 발사체 ‘아리안5’를 이용해 발사한다. 전세계가 우주개발 무한 경쟁에 들어간 지금, 전세계 우주산업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고 한국 우주개발의 현재와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높이 30cm의 작은 위성 40개를 지구궤도에 띄웁니다. 이 작은 위성에는 ‘극초단파 방사계(microwave radiometer)’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40개의 위성은 궤도를 돌며 지구 전체의 온도나 습도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급격한 날씨 변화를 분석,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렌턴시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 젊은 창업가 마이클 휴로비츠가 무대에 올라 이 같이 발표했다. 마이클 휴로비츠는 미국에서 설립된 우주개발 신생 스타트업 ‘오비털마이크로시스템즈(Orbital Micro System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오비털마이크로시스템즈가 계획하고 있는 전세계 실시간 날씨변화 분석 서비스.

그는 "보통 기상위성을 개발해서 발사하고 운용하려면 수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큐브샛’으로 불리는 소형위성 여러 개를 이용하면 지구 전체의 급격한 날씨 변화를 불과 5분만에 분석, 제공할 수 있다"며 "이같은 미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 글로벌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GEMS, Global Environmental Monitoring System)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페이스 콘퍼런스는 미국 ‘스페이스프론티어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항공우주 분야 산업 전문가와 혁신가들이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콘퍼런스로 자리잡았다. 2018년 6월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소형 위성을 이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비즈니스를 하는 신생 스타트업이 대거 참여해 소형 위성 전쟁을 방불케 했다.

◇ 비용 저렴한 큐브샛...응용 분야 무궁무진해 신생 벤처들 ‘러시’

정육면체 모양으로 생겨 ‘큐브샛(CubeSat)’으로 불리는 소형 위성은 한 면이 10cm 크기밖에 안될 정도로 작다. 원래 대학에서 교육용으로 활용됐지만 탑재체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실제 지구 관측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용 위성 개발비의 100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원하는 지구 관측 및 우주 환경 탐사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페이스 프론티어 재단이 올해 주최한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는 소형 위성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보여줬다. 큐브샛을 응용한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려는 우주개발 스타트업들의 ‘러시’가 주요 테마였다.

오비털마이크로시스템즈는 실시간 날씨 변화 데이터 서비스와 함께 ‘지구데이터국제센터(ICED, International Center for Earth Data)’ 모델도 제안했다. 이는 기존 위성들과 소형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개념이다. ICED를 활용하면 미국 플로리다에 자주 발생하는 허리케인 발생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 렌턴시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 아민 드잼스포 쿠락 창업자가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 ‘쿠락(Koolock)’은 소형 위성을 통해 지구상 지표면의 열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서비스 계획을 공개했다. 지구 전체를 200m 구간으로 나눠 적외선을 이용해 열 이미징을 촬영한 뒤 도시 열섬 현상의 정밀한 변화나 화산 폭발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쿠락의 창업자인 아민 드잼스포는 "보험회사나 위험관리 전문업체,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난 관련 공공기관에도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락이 서비스하려는 열 영상 이미지 사례.

전세계에 있는 위성과 지구에 있는 지상중계국을 연결해 하나의 인터넷망을 만들어내는 서비스도 주목받았다. 신생 벤처 RBC시그널이 소개한 이 서비스는 ‘글로벌 그라운드 스테이션 네트워크(Global Ground Station Network)’로 우주 공간에서의 실시간 데이터 통신 및 지구와의 교신을 목표로 제공된다.

◇ 상업용 우주산업, 드라마틱한 성장 예상...소형 민간 기업이 주도

뉴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는 소형 위성을 필두로 한 민간 발사체와 우주 탐사, 우주산업에서 파생된 산업 등 상업용 우주산업이 향후 수십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유됐다.

이번 뉴스페이스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위싱턴주에는 보잉과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1400여 개 우주 관련 민간 기업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최첨단 IT기업들도 워싱턴주에 있다. 1400여개의 우주항공 민간기업을 대변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AFA(Aerospace Futures Alliances)의 켈리 말로니(사진) 회장은 기조강연에서 "미국 워싱턴주는 1950년대부터 항공우주 산업 민간 생태계를 조성하며 드라마틱한 비즈니스 성장을 해왔다"며 "글로벌 상업용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현재 3500억달러(약 397조원)에서 2040년까지 1조1000억달러(약 124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주에는 보잉 등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말로니 회장은 특히 향후 우주산업을 소형 위성과 발사체 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들이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형 위성을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규모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시장이 전체 우주산업 시장규모에서 약 77%에서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뉴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 첫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에리히 피셔 딜로이트 우주부문 총괄이사는 "우주산업은 각 분야별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주산업 시장은 다른 분야 시장과 마찬가지로 혁신을 통한 태동기(Developing)와 성장기(Scaling), 성숙기(Maturing) 등의 과정을 거치며 발전한다"며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