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이 설립 무효 소송에 휘말렸다.

22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일부 주주들은 2016년 9월에 시행된 한국감정원법에 따라 새롭게 꾸려진 현재의 감정원 설립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지난 5월 대구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정부출자기관으로 설립됐고, 1974년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로 국내 유일의 감정회사로 인가됐다. 한국감정원은 2015년 12월 제정된 한국감정원법이 2016년 9월 시행되면서 지금의 조직으로 바뀌었다.

한국감정원 대구본사.

새로 설립된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떼고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와 보상평가 등 관리·감독 기능을 전담하게 됐다. 46년간 수행하던 감정평가 업무는 민간으로 넘어갔다. 주택가격공시 업무도 전담하며 부동산시장관리 전문 공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9·13 대책이 발표되면서 앞으로 주택청약시스템 관리 업무도 맡을 예정이다.

지배구조를 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이 지분의 80%를 보유했고, 하나은행(6.8%), 우리은행(6.6%), 신한은행(3.3%)이 소수의 지분을 가졌다. 주목할 것은 3.3%의 지분을 나눠 가진 개인 주주 19명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제일은행이 보유하던 지분을 인수한 정리금융공사가 공매로 내놓은 것을 사들여 주주가 됐다.

소액주주 중 일부로 구성된 원고 측은 상법상 주식회사였던 한국감정원이 공법상 특수법인인 한국감정원으로 조직을 변경한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이 적용되는 주식회사의 경우 특수법인으로 변경할 수 없는데 감정원이 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상법 규정을 유추 또는 준용한다고 하더라도 특수법인으로 변경하려면 상법 604조에 따라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원고 쪽 주장이다. 상법 604조는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데도 주주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유한회사도 아닌 특수법인으로 바꾸면서 주주 동의 없이 정관 변경 절차만으로 조직을 바꾼 것은 문제라고 원고 측은 보고 있다.

소액주주 측 소송대리인은 "한국감정원이 감정업무를 민간에 넘기며 기업가치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면서 "사실상 주식 처분 및 주주권 행사도 제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법상 주식회사를 특수법인으로 조직을 변경하고, 이를 다시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는 행위는 적절한 보상 없이 사유재산을 국유화한 것"이라면서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과하게 제한했다"라고 덧붙였다.

원고 측은 또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설립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매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협의에 나서려고 했지만 감정원이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 측은 원고 쪽 주장이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독자적인 권리 해석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관계 법령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소송대리인이 법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새 한국감정원은) 한국감정원법에 따라 설립된 만큼 설립 근거는 명확하다"면서 "법인의 설립과 상법상의 조직 변경은 엄밀히 구별되는 개념이라 상법 604조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배당금도 꾸준히 지급되고 있고 거래도 제한되지 않은 만큼 소액주주에게 불이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2016년 소액주주 측이 주식 매수를 요청했을 당시 지분을 매수할지 검토했지만, 매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법률검토 결과가 나왔고,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은행을 포함한 민간 지분을 매수할 여력도 없어 매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주무 부처 협의를 통해 민간 지분을 사들일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