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근무하는 대기업 A사 생산직 신입사원 연봉은 5460만원이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 등을 제외한 월 기본급은 170만원. 이를 한 달 총 근무시간(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 977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7530원)을 넘는다. 하지만 A사는 앞으로 신입사원에게 '조정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는 고용노동부가 기업들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최저임금제도 업무처리지침(이하 최저임금 지침)' 때문이다.

◇주휴수당 때문에 연봉 50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

실제 A사 신입사원이 현장에서 근무한 시간은 주 40시간, 한 달 174시간이다. 이에 따라 시급도 9770원이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고용부의 '최저임금 지침'은 시급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을 받는 휴일까지 근로시간으로 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 동안 규정된 근무시간을 채운 근로자에게 하루 이상 유급 휴일을 주도록 규정한다. A사 신입사원의 경우 주휴수당을 받지만 실제로 일은 하지 않는 월 69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간주된다. 한 달 근무시간이 243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사 신입사원의 시급은 6996원(170만원÷243시간)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된다.〈표 참조〉

고용부의 이 같은 근로시간 계산 기준은 대법원도 불합리하다고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대법원은 2006년 "'주휴시간'은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므로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로자의 '시급 계산시간 수'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했다.

고용부의 '최저임금 지침'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시행령으로 입장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8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로자의 '시급 계산시간 수'를 산정할 때 '소정근로시간' 외에 실제 일하지 않지만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합산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휴수당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재계 "주휴수당 포함 시 내년 최저임금 1만원 넘어"

재계는 실제로 일하는 시간만 계산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200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인데, 일하지 않지만 주휴수당으로 받는 돈이 시간당 1850원이기 때문이다. 또 재계에선 가뜩이나 최저임금 급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주휴수당까지 유지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휴수당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휴수당이 법제화된 건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였다. 이후 65년째 유지되고 있다. 당시만 해도 1주에 6일씩 근무하는 게 당연시됐고, 워낙 임금이 낮다보니 주휴수당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으로 받아들여졌다. 재계와 노동전문가들은 "65년 전 만들어진 불합리한 주휴수당을 주5일제가 정착되고 임금 수준이 높아진 현재까지 유지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주휴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극소수다. 경총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주휴수당을 법에 명시한 국가는 한국과 터키밖에 없다.

반면 노동계와 정부는 지난 5월 국회가 상여금·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한 이상 주휴수당까지 폐지하면 노동자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며 존속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없애면 임금총액이 103조원이나 감소한다"며 "주휴수당은 1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전체에 적용된다. 주휴수당을 폐지할 경우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 할 것 없이 모든 노동자의 임금이 삭감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주휴수당은 불합리한 제도"라며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되, 주휴수당은 없애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