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백두산 천지에 오른 재계 회장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K2의 재킷을 입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K2’의 재킷은 지난달 20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재계 총수들이 백두산 천지에 오를 때 입으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총수들이 입은 K2의 재킷 종류는 ‘바람막이(모델명 O.R.G 2L 배색 재킷)’와 ‘슬림 다운’ 두 가지다. 바람막이 재킷은 방수·방풍 기능이 있고, 슬림 다운 재킷은 보온성이 뛰어나 보통 바람막이 재킷 안에 입는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만 슬림 다운 재킷을 착용했고, 다른 총수들은 바람막이 재킷을 입었다.

이후 두 제품은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남북 정상회담’ ‘백두산’ ‘총수’ 재킷으로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실제 판매는 어땠을까.

K2코리아에 따르면 바람막이 재킷과 슬림 다운 재킷은 9월 출시 후 10월 16일까지 각각 4600장과 2410장이 팔렸다. 총수들이 백두산 천지에 오를 때 입었던 날인 9월 20일 이후부터 두 재킷 모두 판매량이 증가했다. 바람막이 재킷은 9월 19일까지 390장이 팔렸고, 20일 이후부터 10월 16일까지 총 4210장이 팔렸다. 슬림 다운 재킷은 9월 19일까지 165장이 팔렸고, 20일 이후부터 10월 16일까지 총 2245장이 팔렸다.

특히 바람막이 재킷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한 반면 슬림 다운 재킷은 지난해보다 2.5배 증가했다. 업계에선 ‘이재용 효과’로 보고 있다. 국내 1위 그룹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K2의 슬림 다운 재킷을 입어 홍보 효과가 더 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사용한 제품(2014년 언더아머 티셔츠·2016년 청문회 립밤 등)은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며 "이번에도 그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K2의 메인 제품이 바람막이 재킷인데, 백두산·총수 이슈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을 늘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얘기도 나온다.

K2가 SNS 채널을 통해 홍보한 ‘백두산 재킷’.

K2코리아는 재계 총수들이 백두산 천지에 오른 날인 9월 20일 전국 300여개 K2 매장의 메인 디스플레이를 백두산 재킷(바람막이·슬림 다운 재킷)으로 바꿨다. 판매 직원 교육도 실시했다. K2 공식 온라인 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서도 백두산 재킷을 홍보했다.

하지만 백두산·총수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지는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등 정치적 이슈가 걸려 있어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K2코리아 관계자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정치 이슈라 적절한 선에서만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K2는 9월 19일 통일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등 방북단이 백두산 천지에 오를 때 입을 수 있는 재킷 구매 요청을 받고, 급하게 바람막이 재킷 250벌과 슬림 다운 재킷 250벌 총 500벌을 납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