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서울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제품 실험실. 한보용 수석연구원이 다른 제품보다 유독 빛이 밝고 또렷한 쌀알 크기의 광원(光源)을 손으로 집어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태양빛과 가장 가까운 빛을 낼 수 있는 '썬라이크(SunLike)' 기술을 적용해 이 광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LED 칩 세계 4위인 서울반도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썬라이크는 태양빛의 가시광선 스펙트럼과 90% 이상 같은 차세대 LED 제조 기술을 말한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서울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태양빛과 90% 이상 유사한 LED '썬라이크'(SunLike)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썬라이크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고온·다습의 가혹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 주황색 광원을 24시간 테스트하고 있었다. 최소 6000시간에서 최대 1만시간까지 연속으로 작동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3300㎡(약 1000평) 규모 생산 라인에서는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 150여 명이 생산 장비 사이를 오가며 제품 생산 과정을 살펴봤다. 조영오 실장은 "지난해 6월 썬라이크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 9개국에서 29개 제품이 출시됐다"며 "썬라이크는 일반 LED에 이은 차세대 조명 기술"이라고 말했다.

태양빛과 90% 이상 유사

세계 조명 업계에서는 태양빛을 가장 이상적인 빛으로 본다. 조 실장은 "태양빛 아래에서 사람의 눈이 가장 편안하고 선명하게 물체를 볼 수 있다"며 "최근 건축되는 국내외 대형 빌딩이 자연 채광을 고려해 건물을 짓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 중인 형광등과 LED에는 육안에 유해한 '블루라이트'(청색광)가 많이 포함돼 있다.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을 볼 경우 동공이 열린 상태로 블루라이트를 쬐기 때문에 망막 세포가 직접 타격을 받아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 블루라이트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반도체는 2012년부터 일본 도시바머티리얼즈와 손잡고 블루라이트를 최대한 낮추고 가시광선 영역의 스펙트럼을 태양빛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업계에선 개발이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보던 때였다. 한 수석연구원은 "6년 전 서울반도체가 썬라이크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히자 조명업계가 모두 비웃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6000개가 넘는 경우의 수에 따라 발광 물질 조합을 미세하게 바꿔가며 실험을 거듭했다. 기존 데이터가 아예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는 5년 만에 광원의 밝기를 강약으로 조절하더라도 태양빛 가시광선 스펙트럼과 90~94% 일치하는 조합을 찾아냈다. 형광등이나 일반 LED의 경우 이 수치가 7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프리미엄 가전업체도 썬라이크 적용 제품 출시

썬라이크 개발에 업계 반응은 뜨겁다. 글로벌 조명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서울반도체에 사업 협력을 요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월 중국 샤오미의 자회사 이링크가 썬라이크를 적용한 스탠드를 출시했고 국내 LED 조명 전문 업체 미미라이팅도 지난 6월 가정용 조명에 썬라이크를 적용해 출시했다. 지난달엔 일본 프리미엄 가전업체 발뮤다가 스탠드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1만5000대가 팔렸다. 발뮤다는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스탠드를 판매한다. 조 실장은 "썬라이크 LED는 일반 LED 대비 가격이 5배나 높지만 글로벌 업체들은 이 제품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고 잇따라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우크라이나·미국·영국 등에서도 제품이 판매 중이다.

서울반도체는 향후 고급 의류 브랜드 매장이나 미술관에서 썬라이크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급 의류와 미술 작품은 태양빛을 받을 때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는 현재 썬라이크 광원을 월 20억개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20년까지 썬라이크 매출 1000억원 돌파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