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전략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신제품 9종 가운데 8개 스마트폰에 LG페이를 탑재해 페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나선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13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4종에만 삼성페이를 탑재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갤럭시 중저가폰까지 삼성페이를 확대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 공세를 펼치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페이(왼쪽)와 LG페이를 이용해 신용카드 결제기에서 각각 결제를 하는 모습.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11일 말레이시아에서 갤럭시A9 신제품을 공개했지만, 이 제품에 삼성페이를 탑재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모듈이 미탑재 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공개한 갤럭시A7에도 삼성페이는 배제됐다. 스마트워치 신제품인 갤럭시워치 역시 전작인 기어S3에는 탑재됐던 삼성페이가 들어가지 않았다.

삼성페이의 핵심 기능은 신용카드 결제기(POS)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 기능은 MST 모듈이 스마트폰에 탑재돼야만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13종의 스마트폰의 사양을 살펴봐도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노트9, 갤럭시S9, 갤럭시S9플러스 등 3종과 중가폰인 갤럭시A8 1종에만 삼성페이가 탑재됐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J와 갤럭시A 시리즈까지 삼성페이를 적용해 삼성페이가 가능한 기종을 확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갑작스럽게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탑재 전략에 변화가 생긴 이유로는 부품 비용절감 필요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A7에서 트리플 카메라(3개의 카메라)와 갤럭시A9에서 쿼드 카메라(4개의 카메라)를 각각 선보였다. 중저가 모델의 카메라 수가 늘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MST 모듈을 뺏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 보다 먼저 중저가폰에 트리플 카메라와 쿼드 카메라를 적용하는 등 중저가폰 사양이 높아지자 프리미엄폰 사이에 성능 차이를 두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 수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작년보다 삼성페이 탑재 기종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올해는 카메라에 더 신경을 기울였다"며 "아직 갤럭시A7과 갤럭시A9의 출고가가 확정이 안된 상황에서 부품 비용절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모바일 결제 서비스 후발업체인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제품 9개 중 알뜰폰인 X2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 모두 LG페이를 탑재했다. 올해 출시한 20만원대 제품인 LG X4, 30만원대 제품인 LG X5에도 LG페이를 적용했다. 작년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군인 G6와 V30 등 2종에만 LG페이를 적용했던 것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LG전자(066570)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오프라인 결제를 서비스하고, 온라인 결제 서비스나 ATM 기능을 지원하는 신용카드사와 은행도 늘려 삼성페이를 빠르게 따라잡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 편의지원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인 LG페이 탑재를 적극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LG페이는 무선마그네틱통신(WMC) 모듈을 탑재해 삼성페이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결제 단말기 설치가 없어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꼽힌다.

하지만 LG전자 스마트폰의 낮은 시장 점유율이 발목을 잡고 있어 중저가 모델을 포함한 전 기종으로 LG페이를 확대하고, 삼성페이에 맞먹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삼성페이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후발주자가 시장 선두주자를 따라잡기란 어려운데 삼성페이는 LG페이 보다 2년 정도 빨리 페이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가입자만 1000만명을 넘어선 상태"라면서 "하지만 LG전자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신제품에 LG페이를 탑재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페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결제액만 18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결제 이용건수도 13억건을 돌파했다. LG전자는 LG페이의 이용자수와 결제액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삼성페이 이용자수는 1026만명으로 집계됐지만 LG페이는 순위권에 집계돼지 못했다. LG페이 이용자수는 90만명의 이용자수를 기록한 넷플릭스 보다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