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항상 따라 붙었던 수식어는 '관리의 삼성'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문화를 키우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죠. 임직원들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6년동안 C랩을 진행하며 삼성전자의 문화가 달라졌습니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는 17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본격적으로 출범한 삼성전자의 C랩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5년 동안 운영 계획에 대해 밝혔다.

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상무가 C랩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오디션과 비슷한 ‘사내 기술 경연’을 통해 선발된 팀들은 1년 간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창업 지원도 받는다. 사업이 잘 되면 삼성을 떠나 벤처로 독립할 수 있고, 실패하면 원래 근무하던 자리로 돌아간다.

C랩은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외부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를 열었다. 또 창업이 가능한 C랩 과제들은 삼성전자에서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나가 지금까지 34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이들은 약 17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재일 상무는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양성하는 차원이었지만 우려도 있었다. 비슷한 제도들을 시도했었지만 대부분 1~2년 내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부서장들이 협조를 안해주면 부서원을 빼내는 과정에 동의를 얻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C랩에 대해 자신감을 가진 건 유의미한 성과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C랩을 통해 삼성전자가 거둔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C랩으로 발굴한 180여개의 과제 중에 약 40%인 78개의 아이디어가 실제 삼성전자의 사업에 적용됐다. 일부 아이디어는 신규 사업의 시드(Seed)가 되기도 했다. 저시력 장애인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되어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 등 사회 공헌을 위한 착한 기술을 발굴해낸 것도 성과였다.

삼성전자는 C랩을 향후 5년동안 더 확대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에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했던 C랩 프로그램에 외부 스타트업, 예비 창업인들로 확대한 'C랩 아웃사이드' 제도를 시행해 국가적으로 창업 문화를 더 확산하는 데 일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기존에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 과제를 200개로 확대하는 동시에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또 10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총 500개의 스타트업을 새롭게 키우는 것이 목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지원할 사외 스타트업 신규 과제인 15개 업체를 선발했다. 이번에 선발된 15개 외부 스타트업은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의 스타트업 중 AI, 헬스, VR, 핀테크, 로봇,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됐으며,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이 회사들은 다음달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하며 캠퍼스 내 주요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삼성전자 C랩 지원 대상으로 선발된 두브레인의 최예진 대표는 "우리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발달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AI 솔루션과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사무공간이나 식사 문제와 같은 작은 부분부터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을 보급하고 제품에 적용하는 부분 등 많은 영역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