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인 (저도) 일반가구 중 한명으로 분류돼 월 4000원 필수공제 보조금을 받고 있습니다"

김종갑 한국전력(015760)공사 사장이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현 전기요금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기 원가를 회수해야 하는데 한전 사장 조차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라며 "이를 포함해 여러 문제를 국회에서 근본적으로 고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밝힌 김 사장의 재산은 121억9000만원이다. 김 사장은 산업자원부 제1차관,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 사장,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 등을 지낸 후 지난 4월 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현행 필수사용량 전기요금보장제도는 월 200kW 이하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에 고압인 경우 월 2500원의 전기요금을, 저압인 경우 월 4000원을 할인해준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월 200kW 이하 사용으로 필수사용량 전기요금보장공제의 수혜를 받은 943만 가구 중 전력사용 취약계층은 1.7%인 16만 가구에 불과하다"며 "전력사용 취약층을 지원한다는 현행 전기요금 보장공제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심야시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시간대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산업용 경(輕)부하 요금(심야요금)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부하 시간대의 낮은 요금은 당초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남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로 밤에 공장을 돌려 전력 과소비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심야에 공장을 돌리지 않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게 김 사장 얘기다.

그는 전기요금 개선이 필요하다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지금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16% 더 비싸게 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왜곡이 너무 심한데 기업들이 한꺼번에 야간에 하던 설비를 고칠 수 없어 일정 기간 점차 해결하는,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정부에도 건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한전의 적자 문제 등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흑자기업이던 한전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비판했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 순손실만 1조1690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전력구입비는 25조76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9929억원 증가했다. 전력구매원가는 원자력이 61.90원, LNG는 117.18원이다. 한전의 LNG 발전비율은 지난해 말 38%에서 올 상반기 기준 49.2%로 급증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한전은 448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원전을 돌리면 싸게 살 수 있는데 구태여 원전을 안 돌리고 화력발전을 돌리니 그런 것"이라며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서 좋은 흑자 기업을 적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대규모 적자에 대한 질의에 "적자 요인 중에는 원전 가동을 줄인 부분도 있으나 원전과 관계없이 석탄 가격이 18%,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11% 올랐다"며 "탄소배출권 등 정책비용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전의 적자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김 사장은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 것은) 해야 하고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24% 가져가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봐도 높은 수준이며 적지 않은 규모"라고 했다.

김 사장은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이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원전을 수출하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하자 "원자력을 수출하는데 있어 상대 국가에서 탈원전을 문제삼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김 사장은 "지금도 상당히 공급망 관리를 잘 해오고 있다"며 "한전기술에서 걱정하듯 아무래도 일감이 줄면 국내 공급망이 약화될 수 있지만 그런 점을 잘 키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과 관련해서는 "한전이 60년간 관리해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는 다르다"며 "영국도 옛날 방식과 같은 혜택은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꼼꼼히 사업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이 한전 적자로 이어졌자는 지적이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이 국민 안전을 위한 세계적 추세라며 김 사장을 옹호했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원자력의 위험성 때문에 에너지 전환 정책을 하는 것이고,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가 세계적인 대세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