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준비하던 방배13구역 재건축 사업이 예상치 못한 조합설립 무표 판결이란 암초를 만나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서초구청장이 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면서 별 문제 없어 보이던 사업이 갑자기 꼬였다.

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되면 사업의 상당 부분을 다시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조합은 항소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기 됐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방배1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방배13구역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541-2 일대 약 13만㎡에 지정된 주택재건축정비구역이다. 서울시가 ‘2010 서울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단독주택재건축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고, 서초구는 2016년 방배1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설립을 인가했다. 조합은 지난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지난달에는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았다. 이주와 철거를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조합은 기존 건축물 499개 동을 헐고, 최고 16층 34개 동 229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지을 예정이었다. 예상 공사비만 575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고 단지 명은 ‘방배 포레스트 자이(예정)’다. 조합원은 1500명에 달한다.

재판은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 2016년 서울특별시장과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조합 설립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니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서울시가 주택재건축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노후·불량 건축물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조합 설립의 근거가 되는 소유자들의 동의서에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법원은 이들 사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가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정비구역 지정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빌라 등 주택단지의 동의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는 점은 인정하며 결론적으로 조합설립이 위법했다는 결론을 내놨다.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을 보면 "주택단지 안의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와 주택단지 안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예를 들어 5개 동으로 구성된 아파트라면 각 동에서 소유자 과반의 동의를 받았으면서 5개 동을 합한 동의율이 4분의 3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 조항의 해석에 있었다. 방배 13구역에는 A빌라트와 B아파트, C가든 등 각 1개 동으로 이루어진 10개의 단지가 있다. 조합과 서초구청은 이들 10개 단지를 하나의 주택단지처럼 취급했다. 각 단지의 동의율이 과반을 넘었고, 10개 단지를 합한 동의율이 4분의 3을 넘었으니 조합 설립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10개 단지가 각각 별개의 주택단지인 만큼 단지별로 4분의 3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방배13구역의 10개 주택단지 중 3개 단지는 동의율이 2분의 1은 넘지만 4분의 3은 넘지 않는다. A빌라트는 12명 중 8명이 동의해 동의율이 63.1%다. B아파트는 19명 중 12명이 동의해 동의율이 63.1%였고, C가든은 9가구 중 6가구가 동의해 동의율이 66.6%다.

결국 이들 세 단지에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채 조합설립인가가 났으니 인가를 취소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재개발 전문가인 강영훈 부동산스터디(네이버 카페) 대표는 "주택단지의 개념에 대한 해석 차이가 판결을 좌우했다"면서 "이를 어떻게 정의할 지가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방배13구역 조합은 피고가 아닌 피고 보조 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조합 설립과 정비구역 지정은 서초구와 서울시가 승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항소심에서는 서초구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설립을 준비할 당시 정비업체를 통해 주택단지의 동의요건에 대해 국토부에 문의하고 회신을 받아 진행했다"면서 "대형 로펌 등 힘 있는 변호인단을 구성해 서초구와 함께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