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 대선 후보 시절 원자력발전(원전)의 단계적 축소인 이른바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공통점이 있다.

원자력 산업계·학계는 한국과 프랑스 국가원수의 행보를 우려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세계 원자력 산업을 견인하는 두 나라가 원전 축소에 나선다면 원전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원자력 산업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나라는 1970년대 미국형 경수로 기술을 도입한 다음, 이후 지속적인 원전 건설로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다. 전체 전력의 72%(2016년 기준)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국가 중 한 곳이며, 남는 전기를 수출한다.

한국은 전체 전력의 30% 가까이를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으로 생산한 덕분에 반도체, 철강 등 주력산업을 성장시키고 가정용 전기요금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시절 원자력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쳤다. 원자력 비중을 2025년까지 50%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세웠고 마크롱 대통령도 당초 이를 계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크롱은 집권 후 탈원전 계획을 보류했다. 원자력 비중을 축소하게 되면 에너지 안보,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전 세계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맺은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서도 청정에너지원 원자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랑스는 올랑드 전 대통령 시절 폐쇄를 결정한 피센하임(Fessenheim) 1·2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의 수명을 미국처럼 50~6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여전히 탈원전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후 원전 조기 폐쇄,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는 단 1기의 원전도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고 하나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목표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이 왜 탈원전 계획을 보류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아야 한다. 에너지 문제는 감성적인 이상이 아닌 냉철한 현실로 접근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원전 접근법이 미래 국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