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증시 급락에 투자자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 국내외, 업종 가리지 않고 주가가 줄줄이 하락한 데다, 당분간 약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13% 이상 추락한 2145.12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글로벌 증시 호황을 주도해 온 미국 기술주에서 향후 실적 우려가 제기됐고, 국내 증시를 떠받쳐 오던 반도체와 바이오, 미디어·엔터주가 모두 흔들리다 보니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조정장에서 피난처가 될 수 있는 투자처로 내수주·배당주, 안전 자산 ETF, 인버스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내수주·배당주로 포트폴리오 방어

국내 주식 중에서는 우선 글로벌 대외 변수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내수주가 방어주로 꼽힌다. 예컨대 업황 불확실성이 낮고 5G 도입에 따른 기대감이 높은 통신주, 금리 상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은행주와 보험주 등이 여기에 속한다. 김장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주사 중 저평가된 SK와 GS, 금리 상승 수혜주인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건설주 대표주이자 해외 수주 기반이 안정적인 GS건설 등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배당주도 최근의 낙폭을 만회할 수 있는 투자처다. 주가가 떨어진 만큼 배당의 매력은 더 높아진다. 기업마다 배당금 규모는 어느 정도 일정하기 때문에, 싼값에 주식을 사면 배당 수익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올해 코스피 배당 수익률은 지난해(1.62%)보다 크게 높은 2.5% 이상이 기대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 외국인도 삼성물산, 코웨이, S오일, SK텔레콤 등 고배당주는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배당 수익률이 높으면서 올해 실적이 좋은 기업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휴켐스(배당 수익률 6.5%), 메리츠종금증권(5.3%), 한전KPS(4.9%), 기업은행(4.3%), NH투자증권(4.1%), 두산(4.0%) 등을 관심주로 지목했다.

◇주식 대신 안전 자산으로 대피

미 달러화나 일본 엔화 선물, 금 선물 등 안전 자산도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자산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고 쉽다. 일반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있어 사고팔기 쉽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난달 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 들어 세 번째 인상하면서 강세가 재개됐다. 달러 선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키움KOSEF 미국달러선물' ETF는 이달 들어 2.1% 올랐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엔화는 특히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급등하는 특징이 있다. '미래에셋TIGER일본엔선물' ETF도 같은 기간 4.2% 수익률을 냈다. 한동안 하락 그래프를 그렸던 금값도 최근 오름세다. 신흥국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에서 이탈한 자금이 금 시장까지 유입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미국 국채 ETF도 오르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미 발행된 채권 가격은 낮아지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미국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달러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달러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전략

당분간 국내외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인버스(inverse) 전략'에 베팅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수 움직임과 수익률이 거꾸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를 사서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챙긴 뒤 되파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코스피가 4.4% 급락하자 '삼성KODEX인버스' ETF는 반대로 3.8% 수익률을 올렸다. ETF를 포함해 국내 상장된 인버스 펀드 58개는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6.06% 수익을 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인버스 ETF를 매수해 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인버스 전략에 투자했다가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