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참여에 부정적이던 네이버가 지난달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를 계기로 인터넷은행 참여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어,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14일 "외부적으로는 은산 분리 규제가 완화된 데다가, 내부적으로는 네이버페이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며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편의를 위해 카드 결제 대금 선지급 등을 해주려면 뱅킹이 필요한 측면도 있어 새 비즈니스를 고민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라는 대어(大漁)가 제3 인터넷은행 출범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올 연말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 등 인가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행령에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으로 재벌 기업을 배제하고, ICT (정보통신기술) 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에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은행이 안정적으로 사업하려면 자본이 1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자금력을 갖춘 후보군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내 1세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인터파크도 "그간 축적한 입점 소상공인의 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해 혁신적인 소상공인 대출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의사를 밝혔지만, 대주주가 되기에는 기업 규모가 다소 작다는 평이다.

IT 서비스업체 다우기술이 최대주주(47.70% 지분보유)인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도 "온라인 금융 서비스 노하우를 활용해 차별화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키움증권은 대주주인 다우기술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지금까지 인터넷은행 진출이 어려웠다.

은행권에서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주인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KEB하나·NH농협은행도 제3인터넷은행 주주로 참여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갖는 건 수익성보다는 디지털 채널 강화 측면이 크다"며 "디지털 역량과 자금력을 동시에 갖춘 건실한 파트너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작년 네이버와 5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나서며 디지털 분야 협력을 강화한 미래에셋대우도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에 참여할 경우 지분 투자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