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골목길에서 근처 상점에서 일하는 40~50대 남성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올 하반기 본격화된 일자리 참사에서 30~50대 남성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구조조정에다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의 고용 감소에 가장(家長) 역할을 하는 이들 연령대 남성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학력이 고졸 이하이고, 소득 수준도 낮다. 최근의 일자리 참사가 저소득층의 소득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분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30~50대 남성 고용률 1.0%p 급락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9월 고용률은 61.2%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 하락 원인은 30~50대 남성들의 고용률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30~50대 남성 고용률은 90.3%에서 89.4%로 1.0%포인트 내려갔다.

이 연령대의 취업자수(1099만1000명)를 감안하면 30~50대에서 취업자가 17만9000명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연령대 인구 감소폭(6만8000명) 두 배의 일자리가 소멸됐다. 한창 일할 나이이고, 가정에서 가장 역할을 하는 이들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사라진 셈이다. 30~50대의 실업자 증가 규모는 5만1000명으로 전체 실업자 증가(9만2000명)의 절반 이상이고, 남성 전체 실업자 증가(2만명)를 웃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때문에 취업자가 줄었다는 청와대측 주장은 이 연령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 연령대의 취업자 감소분은 인구 감소 두 배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30~50대 여성의 고용률은 63.8%로 전년 동월 대비 0.3%p 오른 것을 동일한 맥락으로 바라본다. 이들 중장년 여성들의 취업자수는 (760만4000명)는 1만4000명 줄고, 실업자는 3만3000명 늘었다. 취업자 감소보다 실업자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일자리를 찾아 노동시장에 나온 30~50대 여성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금재호 한국과학기술교육대 교수는 "여성 고용률이 늘고 경제활동 참가가 증가한 것은 해당 연령대 남성 취업자가 줄면서 가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나온 여성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0~50대 남성 취업자들의 일자리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남성 취업자가 많은 제조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고용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 취업자는 제조업은 4만2000명, 도·소매업은 10만명 줄었다.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임대서비스업 일자리도 13만개 감소했다.

최근 정부가 취업자 증가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30~50대를 취업전선 변두리로 밀어내고 있다. 재정투입으로 늘어나는 일자리가 40~50대 여성들의 일자리로 꼽히는 간병인, 보육교사, 사회복지 인력 등이기 때문이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13만3000개 늘었다. 9월 전체 취업자 증가(4만5000명)의 세 배 수준이다.

◇"정부 일자리 정책은 청년·여성·노인이 수혜…사각지대 크다"
학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 일자리 상실 문제를 더 많이 겪고 있는 것도 취업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졸 이하 남성 취업자는 7만7000명, 고졸 남성 취업자는 7만1000명 줄어든 반면, 대졸 이상 남성 취업자는 13만4000명 늘었다.

여성의 경우 중졸 이하는 5만8000명, 고졸은 14만1000명 각각 취업자가 감소했다. 대졸 이상 취업자는 25만7000명 늘었다. 빈 과장은 "교육정도별 실업률은 중졸 이하(2.5%)는 0.4%p, 고졸(4.0%)은 0.5%p 각각 상승했고 대졸 이상(3.7%)은 0.1%p 올랐다"고 설명했다.

저학력, 저소득 계층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은 직업별 취업자 증감으로도 잘 드러난다. 직업별 취업자 증감을 살피면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조립 종사자 일자리는 19만6000개, 서비스·판매 종사자 일자리는 9만6000개가 각각 사라졌다. 반면 관리자·전문가 및 관련종사자는 17만3000개, 사무종사자는 8만5000개 늘었다. 대졸자 대상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만 집중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30~50대 남성으로 학력 수준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 교수는 "과거에는 30~50대 남성이 일자리를 잃으면 저임금 미숙련 일자리로 옮기거나 자영업 창업을 하는 데, 두 경로 모두 요즘은 막혀 있다는 게 이들의 일자리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30~50대 남성들이 정부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각 부처, 외청(外廳), 공공기관을 망라해 범정부적으로 3만개 가량 단기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일자리 보릿고개를 단기 일자리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 일자리 취업자가 주로 청년, 여성, 노인들 위주이기 때문에 정작 일자리를 가장 많이 잃은 30~50대 남성들이 갈 곳은 없다는 지적이다. 금 교수는 "30~50대 남성들은 공공 일자리 사업에서도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계층"이라며 "청년은 경력을 쌓기 위해 인턴에 지원하고, 여성과 노인 공공 단기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만 30~50대 남성이 갈 만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