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자원 기반의 에너지라면 핵융합은 지식 기반의 에너지입니다. 한국은 지식 기반의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 뻔히 가능해 보이는 분야보다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보는 게 필요합니다."

이경수 ITER 사무차장이 ITER 건설 현장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주역으로 이제 인류 최대의 인공태양 구축 사업 프로젝트의 사무차장으로 활동중인 이경수 박사를 11일 국제핵융합실증로(ITER) 건설 현장인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만났다. 이경수 사무차장은 ITER는 자원이 필요없는 일반 물질로 갈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이라며 한국이 ITER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무차장은 "7개국이 모여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각국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대한 정해진 스케쥴에 공정을 맞추려는 아시아 쪽 문화와 어느 정도 쉬면서 일하는 서구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사무차장은 "평균 3000명의 직원들이 현재 2.5교대로 일주일에 6일간 일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ITER만의 문화가 형성되는 데는 동일한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00년 뒤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고갈이라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자긍심이 바로 목표의식이라는 얘기다.

ITER는 현재 2025년 첫 시운전을 목표로 건설중이다. ITER 사업에 참여 중이 7개국이 정해진 스케쥴 대로 뚝심있게 지원할 경우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게 이 사무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ITER와 똑같은 원리로 구동되는 KSTAR가 이미 핵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ITER의 성공, 실패 여부가 과학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참여국들의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차장은 또 "한국이 앞으로 세계 최고라는 단선적인 목표보다는 지식 기반의 과학기술로 아무도 하지 않은 일, 유니크한 분야를 먼저 주도하는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며 "유니크한 분야로 국민들 가슴이 뛰게 만드는 게 바로 과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