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함께 뛰어든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교체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KAI는 기존에 주력해온 소형무장헬기(LAH)와 한국형전투기(KF-X)의 성공적인 개발, FA-50 경공격기 수출, 위성과 발사체 사업 등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LAH(소형무장헬기) 그래픽.

KAI 관계자는 11일 "(APT 수주 실패를) 군수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민수사업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의 사업부는 크게 군수, 완제기 수출, 기체 부품 및 기타 3개 사업부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각각 37%, 8%, 54%다. 군수사업의 경우 매출이 안정적이지만 국가사업인 만큼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민수사업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KAI가 진행중인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외국산에 의존해온 전투기와 소형무장헬기를 국산화하는 LAH와 KF-X 개발사업이다. 각각 5800억원, 7조9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KAI는 LAH와 KF-X 체계개발을 각각 2022년말, 2026년말 완료할 예정이다. LAH는 연말 롤아웃(첫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체계개발 완료 약 1년 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특히 KF-X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수 있으며 2030년대 이후에는 F-16을 대체할 수 있다.

FA-50 경공격기는 2020년대 중반까지 해외 프로젝트 입찰 및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FA-50은 경공격기 시장에서 높은 가성비로 수요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KAI의 적극적인 수주 활동으로 성공적인 수주가 이어진다면 KF-X의 체계개발이 완료될 2026년까지 FA-50의 해외 수주가 KAI의 매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AI는 지난해말 정부 지원의 항공 MRO사업자로 선정돼 민수항공기 MRO 시장도 개척 중이다.

KAI는 올해 약 2조7000억원의 신규 수주 목표를 세웠다. 상반기 실적은 2530억원에 그쳤다. APT사업 수주 실패로 올해 수주 목표는 사실상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 KAI 관계자는 "의무후송전용헬기, 경찰헬기 등 민수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AI가 APT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향후 해외 훈련기 시장에서의 수주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나친 저가수주는 오히려 KAI에 독이 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잉 컨소시엄이 낙찰받은 가격으로 록히드마틴과 KAI가 APT사업을 수주했다면 10년간 각각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며 "감내할 수 없는 초저가수주는 오히려 승자의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