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조선업이 7년 만에 중국을 누르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전망이다. 10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1~9월 전 세계 누적 수주량에서 한국은 950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2위 중국은 651만CGT로 31%의 점유율을 기록, 사실상 한국의 우위가 확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업이 기술력과 품질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47개월 만에 해양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사진은 2015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해양 플랜트를 건조하는 모습.

하지만 아직 조선업 전체가 최악의 불황을 벗어났다고 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 들어 9월까지의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100만CGT로 2013년 같은 기간의 4100만CGT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불안한 노사관계도 한국 조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11일 오후부터 4시간씩 사업부별로 부분 파업을 벌인 뒤 17~18일 이틀간 4시간씩 전면 파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일감이 떨어진 해양 플랜트 부문 인력 2000명에 대해 휴직을 실시하려는 사측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호황기에 비해 발주량이 적어서 '조선업이 되살아났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며 "올 들어 우리 업체들이 LNG 운반선이나 초대형 유조선 등 기술력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선박들을 주로 수주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 7년 만에 세계 1위 탈환 유력

올해 한국 조선업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수주에서 경쟁국들을 압도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 들어 9월까지 187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올 한 해 목표치(287억달러)의 69%를 달성했다. 이 중 대부분이 고가의 LNG 운반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선 16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2척, 에탄 운반선 3척 등 가스선 31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LNG 운반선을 12척, 10척씩 수주했다. LNG선 수주 증가는 미국 셰일가스 수출 증가,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중국과 인도의 LNG 수입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이 만든 LNG선이 바다 위에 멈춰 서는 등 문제를 드러낸 것도 한국의 'LNG선 싹쓸이'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운반선 'CESI 글래드스톤'호는 지난 6월 호주 해상에서 엔진 결함으로 운항이 중단된 후 두 달 이상 점검을 받았다. 과도한 저가 수주로 중국 조선업계의 적자가 늘어나자 중국 정부도 자국의 양대 조선업체인 중국선박중공집단(CSIC)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합병을 사전 승인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박무현 연구원은 "첨단 선박은 '아직 중국의 기술력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선주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들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우리 조선 3사의 현금 흐름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중, 4년 만에 해양 플랜트 수주… 노조는 5차 파업

조선업 부활의 시금석으로 여겨지던 해양 플랜트 수주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0일 미국 석유 개발 업체인 엘로그(LLOG)가 발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1기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5130억원으로 지난해 이 회사 연결기준 매출액의 3.32%에 해당한다. 이 설비는 엘로그가 멕시코만 일대에서 추진 중인 원유 개발 사업 '킹스랜딩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해양 플랜트를 수주한 건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 플랜트 건조 계약을 따낸 뒤 47개월 만이다. 이 회사는 일감이 떨어져 지난 8월 해양 플랜트 사업장의 가동을 중단했었다. 하지만 수주 후 생산 설계 등의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실제 건조 작업 시작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구매와 설계 등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당장 해양 플랜트 작업장을 재가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