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법 27조는 통계청 등 정부 부처가 공표를 앞둔 국가통계를 미리 누설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관련 부처가 해당 통계를 요청하더라도, 공표일 하루 전 낮 12시 이전에는 제공할 수 없다. 공표 전 통계를 사전에 제공할 때는 그 근거를 문서로 남겨 5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조항을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국가 통계를 정부 부처가 자의적으로 이용하거나 왜곡할 소지를 없애기 위한 예방조치다.

지난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9월 고용동향에 대해 "지난달보다 개선하길 기대하고, 희망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통계법 27조의 취지에 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흘 뒤인 12일 공표될 통계에 대해서 방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9월 취업자 증가수가 8년8개월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기 때문에 언론매체들은 이 발언을 인용하며, ‘9월 고용지표가 마이너스는 아닐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은 아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방향성을 미리 발표한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오얏나무 아래서 신발끈을 고쳐 맸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다.

12일 발표될 9월 취업자 증가수가 김 부총리의 ‘기대하고 희망한’ 대로 지난 8월 수준(3000명)보다 높게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통계청이 기획재정부에 작성 중인 통계수치에 대해 사전 언질을 주었을 것’이라는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통계청은 매월 세 차례 표본을 조사한 후 취업자수 등 통계 지표들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통계의 독립성을 위해 다른 정책 부처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통계청이 ‘공표 전 통계’를 관련 부처에 제공할 수 있는 시점을, ‘공표일 하루 전 낮 12시 이후’로 못 박은 이유다. 법에 따르면 11일 낮 12시 이전에는 기획재정부가 9월 고용동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사실 ‘9월 고용 마이너스 관측’의 진원지도 김 부총리였다. 김 부총리는 8월 고용동향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한 방송뉴스에 출연해 "9월은 통계상 (8월보다)10만명을 까먹고 들어가기 때문에 좋지 않은 숫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9월 고용이 마이너스로 갈 수도 있냐"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올해 초부터 부진한 경제실적이 나올 때 마다 기자들을 향해 김 부총리는 "경제지표에 대해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국회 답변 과정에서 "하반기부터는 숯검댕이를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김 부총리가 경제지표 동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김 부총리야말로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20만~30만명은 돼야 정상인 취업자 증가수가 수천명, 수만명 나온다고 즐거워할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