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호가를 낮췄지만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서울 강남권 중개업소)

"호가를 살짝 낮춘 매물이 나오자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낚아채갔다."(마포구 중개업소)

"거래가 성사되고 가격도 계속 오른다."(노원구 중개업소)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상승 폭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지역별로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가(高價)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은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 호가(呼價)가 수천만원 떨어져도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대출 규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대표되는 강북 외곽은 조금씩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대출 의존도가 적은 데다, 각종 호재(好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시장 상황을 "가격 안정 속 관망세"로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는 거래량이 회복된 뒤에야 판명될 것"이라는 중론이었다.

거래 절벽, 호가 내려도 안 팔리는 강남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은 '거래 절벽'이다. 국토교통부에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신고된 아파트 거래량은 490건. 대책 이전 26일간 거래량은 8936건이었다. 5.5%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 이내'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늘어날 수는 있지만,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대책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서초동 롯데공인중개 관계자는 "집주인이 호가를 낮췄지만, 매수인이 붙지 않는다"고 했다. 호가는 직전 호가에 비교했을 때 내린 것일 뿐, 여전히 이전 실거래가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예컨대 서초우성5차 전용 59㎡는 지난 8월 말 11억5500만원에 마지막으로 실거래 됐고, 이후 호가는 13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대책 이후에는 12억원 후반대로 호가가 낮아진 상태다. 공인중개사 A씨는 "8·2 대책 때와는 달리 이번엔 진짜로 가격이 내릴 것 같다"며 "자금출처 조사가 진짜로 이뤄지고 있어서 사는 사람이 움츠러든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도심권은 강남보다는 충격이 덜하다. 공덕 래미안4차 전용 59㎡는 8월 거래 가격 최고액이 8억8000만원이었고, 이후엔 집주인들이 9억5000만원 이상 받아야 팔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다음 날 한 집주인이 9억1000만원에 아파트를 내놨고, 하루 만에 바로 팔렸다. 다음 최저가 매물은 9억4000만원에 나와 있다. 복도근 드림공인중개 대표는 "매수인, 매도인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강북은 여전히 강세… "내년이 분수령"

강북권에서는 대책 이후에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전용 49㎡는 대책 이후인 지난달 하순 3억9000만원에 팔렸다. 9월 초에 3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지금은 집주인들이 4억원 이상을 부른다. 통계도 비슷하다. 9·13 대책 이후 3주간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0.4% 올랐는데, 도봉·강북·은평·노원구는 0.64~ 0.81% 올랐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대출 규제 타격이 가장 덜한 지역인 데다, GTX와 동북선 등 각종 교통 호재가 가시화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권 역시 거래량은 대책 이후 많이 줄어든 상태다.

전반적인 관망 상태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정부는 주간 변동률 '0.1%' 이내를 '보합'으로 본다. 작년 8·2 대책의 경우, 약 3개월간 0.1%를 밑돌다가 11월 하순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전망은 엇갈린다. 홍춘욱 키움투자증권 이사는 "서울 시내 새 아파트 부족, 저금리로 인한 은퇴 세대의 월세 추구 성향, 대기업 근로자의 지속적인 소득 증가 등 그간 상승 원인은 그대로"라며 "결국 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집값은 너무 오랫동안 올랐고, 경기 사이클에 따른 하락세가 시작되는 타이밍에서 강력한 규제가 들어왔다"며 "시장 안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