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포장된 식재료를 받아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밀키트(meal kit·반조리음식)가 인기다. 밀키트는 전자레인지에 상품을 데워먹는 일반 가정간편식과 달리,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이 포장된 상품이다. 동봉된 레시피 카드(요리법이 적힌 종이)를 보고 15~30분 정도 요리하면 한끼가 완성된다.

재료는 냉장 상태로 배송되기 때문에 데워먹는 가정간편식보다 신선하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게 특징이다. 밀키트는 온라인으로 주문해 집으로 배송 받거나 백화점, 편의점 등의 유통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레시피 카드가 담긴 ‘반조리’ 제품 밀키트

밀키트 시장은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싶어하면서도 건강을 생각해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려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유통·식품 회사들은 지난해부터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9월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해주는 ‘잇츠온 밀키트’를 출시했다. 이어 GS리테일(007070)이 ‘심플리쿡’, 동원은 ‘더반찬’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고급 밀키트를 표방하는 ‘셰프박스’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요리 경험이 없는 20~30대가 요리 입문용으로 시도하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밀키트를 주문해 요리 해보기로 했다. 국내 주요 밀키트 브랜드의 사용법, 재료 신선도, 맛 등을 알아보기 위해 GS리테일(심플리쿡), 한국야쿠르트(잇츠온), 현대백화점(셰프박스) 비교했다. 비교 편의를 위해 제품은 3사 공통메뉴인 ‘밀푀유나베’로 정했다.

◇주문·배송은 심플리쿡이 쉽고 선택권 많아

밀키트 가격은 제품별로 상이하나 대부분 9000원~3만5000원 선이다.

가격은 셰프박스의 밀푀유나베(2인분)가 1만9500원으로 3사 중 가장 저렴했으나, 제품간 가격차는 1000원 내외로 큰 차이는 없었다. 주문·배송은 심플리쿡이 가장 편했다. 심플리쿡은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3사 중 가장 많다. GS프레쉬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GS25 앱, GS샵, 티몬, 11번가, 해먹남녀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GS프레쉬에서 주문을 해본 결과, 당일 또는 익일 배송받는 옵션을 택하면 2500원의 쇼핑대행료가 더해져 가격이 2만2000원으로 오른다. 2~5일 후에 받거나 근처 GS 25 편의점을 찾아가 직접 받아갈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배송받는 날짜나 방식에 있어서 선택권이 많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왼쪽부터) 심플리쿡, 잇츠온, 셰프박스 밀푀유나베 밀키트

잇츠온 밀푀유나베 밀키트는 한국야쿠르트 하이프레쉬 웹사이트·앱을 통해서만 주문이 가능하다. 별도 배송비는 받지 않는다. 주문을 하니 3일 후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제품을 집으로 배송해줬다. 요청한 배송시간(오전 11시)에 차질없이 전달했다는 점에서 배송 정확도는 가장 높았다. 그러나 주문한 바로 다음날 배송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고객 주문이 들어가면 익일 생산 및 배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틀 걸린다"고 설명했다.

셰프박스 제품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직접 가서 사왔다. 장볼 시간이 부족한 20~30대 직장인이 밀키트의 주력 고객인데, 유통채널과 배송이 제한적이라는 게 아쉬웠다. 현대백화점(069960)은 현재 e슈퍼마켓을 통해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인근 지역으로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는 셰프박스

잇츠온 밀푀유나베 밀키트 제품에 포함된 레시피 카드

밀키트 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개별 포장된 식재료 7~10개와 밀푀유나베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진 레시피 카드가 나왔다. 밀푀유나베는 소고기와 배추, 깻잎, 버섯이 주재료인 일본식 전골요리다. 배추와 고기, 깻잎을 샌드위치처럼 층층히 쌓은 뒤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냄비에 차곡차곡 넣어 육수와 버섯을 넣고 끓여야 한다.

요리 초보자 입장에서도 만들기 쉬운 편이었다. 레시피 카드를 보고 순서대로 육수를 준비하고, 야채와 고기를 층층히 쌓아 자르고, 냄비에 넣고 끓이고 나니 밀푀유나베가 완성돼 있었다. 조리 시간은 3사 모두 20분으로 책정했는데 실제로 만들어보니 30분 정도 걸렸다. 포장된 식재료를 바로바로 개봉해서 넣기만 하면 된다. 실제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어 편리했다.

(왼쪽부터) 심플리쿡, 잇츠온, 셰프박스 밀푀유나베 밀키트 식재료. 박스마다 약 7~8개의 식재료가 개별 비닐에 포장되어 있었다.

조리하기 편한 순서는 심플리쿡, 셰프박스, 잇츠온 순이었다. 심플리쿡은 재료 포장지마다 번호가 적혀있어 따라하기 쉽고, 육수를 필요한 양만큼 통째로 넣어줘서 추가로 물을 부어서 간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레시피 카드에 요리법도 상세하게 적어놓은 데다가 별도의 요리 동영상도 웹사이트에서 참고할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재료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배추와 고기, 깻잎을 쌓아올리기 어려웠다.

(왼쪽부터) 심플리쿡, 잇츠온, 셰프박스 밀푀유나베 밀키트 재료를 냄비에 넣은 모습

식재료 품질은 셰프박스가 3사 중 가장 뛰어났다. 특히 깻잎, 배추, 버섯 등의 채소와 육수가 신선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 내 전통식품 브랜드의 제품을 식재료로 사용해 품질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릴 것으로 추정된다. 고기는 심플리쿡이 제일 부드럽고 맛이 좋았고, 셰프박스는 나머지 두 제품과 달리 육수에서 인공적인 향이 나지 않고 뒷맛이 깔끔했다. 잇츠온은 고기 맛은 3사 중 가장 떨어졌지만 수제비, 청경채, 숙주 등의 부재료를 추가로 제공해 식감을 살렸다.

◇깻잎·버섯 등 식재료 양 적고 영양성분 표시 없어

단점은 3사 모두 2~3인분으로 내놓은 제품인데 2명이 먹기엔 양이 부족했다. 포장된 버섯과 채소 양이 적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셰프박스를 제외하면 채소 재료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신선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웠다.

또 영양성분 표시가 없어 나트륨 등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못한다. 밀키트는 데워먹는 가정간편식보다 신선하고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로선 영양성분을 파악할 수 없다. 가격 역시 외식비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이다. 스스로 요리해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밀키트보다는 외식이나 데워먹는 가정간편식이 더 간편하고 경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