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병에 강한 식물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조와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식물 내부나 표면, 식물 주변에 서식하는 바이러스, 세균, 진핵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의 유전 정보 전체를 말한다. 연구성과를 활용한 미생물 농약·비료 산업 개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지현 연세대 교수와 이선우 동아대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병저항성 식물에서 번성하는 특정 미생물이 토마토 풋마름병 발생과 진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하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8일자(현지 시각)에 발표했다. 2011년부터 진행한 연구 결과로 병 저항성 식물이 병원균에 대응하기 위해 토양 내 미생물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왼쪽부터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평안 연구원(동아대), 박혜인 연구원(연세대), 송주연 연구교수(연세대), 곽민정 박사(연세대; 현, 천랩 선임연구원), 권순경 연구교수(연세대), 김지현 교수(연세대), 이선우 교수(동아대), 공현기 박사(동아대; 현, 생명연 박사후연구원), 최기혁 연구교수(동아대).

그동안 식물병리학에서는 병원균이 침입하면 식물 내부의 저항성 유전자에서 각종 저항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토마토 뿌리 근처 토양에서 번성하는 특정 미생물이 풋마름병의 발생과 진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연구진은 병저항성 토마토 품종인 ‘하와이 7996’과 병에 잘 걸리는 감수성 품종인 ‘머니케이커’를 실험포장에 재배하면서 뿌리 근처에 서식하는 미생물 종류와 빈도 등을 조사하고 이들의 전체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병저항성 품종인 하와이 7996의 뿌리 근처에 특정 미생물이 더 많이 서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분리한 뒤 ‘TRM1’ 미생물로 이름붙이고 토양 속 TRM1이 토마토 풋마름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지현 교수는 "토양 미생물의 군집 수준에서 가지과 작물의 풋마름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농작물의 병 발생 억제와 관련한 친환경 농약, 비료 등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